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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Feb 19. 2024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 삶

면류를 좋아하고 잘 먹는데, 국물 라면만 계속 먹었더니 살짝 질려있던 차에 냉장고에 돼지고기 앞다리살이 눈에 띈다. 지난번 김치찌개에 넣고 남았다. 그래~ 휴무일엔 짜장면이지!


39년 전통의 비빔소스 노하우를 자랑하는(공장에서 찍어내면서 39년을 자랑까지!) 팔도 비빔면을 마트에서 집어왔다. 골동품도 아닌데 오래된 걸 자랑하고, 그러면 한 수 접어주는 건 왜 그럴까?


끓는 물에 면(사리면 먼저 삶고) 넣고 나니 생각났다. 허~ 이걸 먹으려던 게 아닌데… 짜장면이었는데! 이미 면은 익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돼지고기 넣고 삶은 뒤, 물을 따라내고 대파, 마늘 넣고 짜장면처럼 약불에 살짝 볶는다. 소스양이 모자라 지난번 먹고 남은 회초장을 넣었는데, 39년 전통의 맛과 별 차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의도한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면이 익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은 면과 닮았다. 주어진 삶을 어떡하든 살아가야 하듯 이미 익기 시작한 면은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이 들수록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자신과 상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자신이 뭘 하려고 했는지 깜빡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편안하게 늙어가야 한다.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고, 편안하면 이 순간에 사는 것이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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