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방법

『그늘 안에서』&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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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안에서』 아드리앵 파를랑주, 신유진 옮김, 보림

『장갑』 에우게니 M. 라초프, 김중철 옮김, 다산기획


여름 절기 중 대서가 있다. ‘서(暑)’는 태양을 머리에 지고 있는 사람을 뜻하며 대서는 말 그대로 큰 더위다. 대서에는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 찬 기운이 더운 공기와 만나 습기도 많아진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열기, 숨이 턱 막히는 한증막 더위의 절정이 바로 대서다. 이런 날 중 이 그림책을 만났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없다. 태양의 작열, 야광 주황빛으로 빼곡히 채워진 가로로 긴 직사각 공간에 바위 하나 있다. 한 여자 아이가 바위 그늘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뱀, 여우, 토끼, 고슴도치, 멧돼지, 염소, 새 떼들도 온다. 해가 기움에 따라 바위 그늘의 길이도 짧아졌다 길어진다. 생명들은 어둠이 오기를 기다리며 어떻게든 그늘 안에 함께 있으려 애를 쓴다. 또 다른 그림책이 떠오른다. 여름이 아닌 겨울이야기다. 인간이 숲에 떨어뜨리고 간 두툼한 겨울 장갑 속으로 먹보 생쥐, 팔짝팔짝 개구리, 빠른 발 토끼, 멋쟁이 여우, 송곳니 멧돼지, 느림보 곰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차례로 모여 드는 이야기다.


이들이 어떻게 더위와 추위를 ‘함께’ 피하는지는 그림을 자세히 봐야 한다. 곡예를 하듯 자세를 취하거나 어깨 한 쪽을 내어준다. 장갑에 마법같이 창문이 생기고 계단도 만들어진다. 때론 비좁다 말하기도 하지만 ‘들어오세요.’로 마무리되고 아예 아무 말 없이 움직임만 보여 지기도 한다. 두 책에서 생명들은 모두 누가 누구를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살피고 자리를 내어 주는 관계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장갑』에서 인간은 환상적인 장면을 깨는 기제로 작용하지만 『그늘 안에서』는 인간도 생명의 하나로 속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비인간생명과 더위와 추위를 함께 피할 애를 쓸 마음의 품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지만 그림책은 이야기한다. 자, 우리 함께 더위를 피하자.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즐겁게 어우러져 나아가자. 이 무리가 작은 무리(어른이 아닌 아이)임은 의미심장하다. (아침책숲 아침)




*망원동, 성산동 어드메에 위치한 어린이책출판사 나무의말 x 계절책방 낮과밤 x 어린이생태공간 아침책숲이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환경책모임에서 준비하는 월간 소식지 '그물망'에 싣는 그림책 글에 더해 생태, 일상, 어린이 관련 그림책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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