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매미의 시절

『7년 동안의 잠』&『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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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다』 장현정 글 그림, 길벗어린이

『7년 동안의 잠』 박완서 글, 김세현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성미산에 여름이 왔다. 사방에서 매미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하도 가열하고 우렁차니 그 안에 머무르면 귀가 따갑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한 모퉁이에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에 무엇이 밟힐까 디딜 땅을 먼저 살피게 된다. 몇 번 왔다 갔다 익숙해져야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 여기 매미가 있네. 어, 저기도. 이 나무에는 대체 몇 마리야! 꽁지를 잠깐씩 들고 우는 모습, 날개의 균일한 아름다운 그물 무늬, 몸통마다 각기 다른 색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울음소리도 조금씩 다르다. 입으로 흉내내보지만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이들의 힘을 빌려 뷔융뷔용, 쵸쵸쵸쵸, 쓰르르르. 바야흐로 매미의 시절, 진짜 여름이구나!


그림책 『7년 동안의 잠』은 소설가 박완서가 1982년 경 발표한 동화에 김세현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개미조차 먹이를 구하기 쉽지 않은 콘크리트 도시, 어린 일개미들이 싱싱하고 큰 먹이를 발견했다. 이 먹이는 7년 동안 땅 속에서 잠을 자며 한 여름 노래를 준비해 온 매미 애벌레다. 지혜롭고 의젓한 늙은 개미는 이 매미가 태어날 수 있도록 부드러운 흙으로 옮겨 주자고 말한다. 매미 노래 덕에 여름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던 개미들은 배고픔을 뒤로 하고 매미를 도와준다. 생명들의 어여쁜 마음으로 매미는 생을 얻었다.


『피어나다』 는 전작 『맴』에서 매미의 여름을 글자 그림으로 표현한 장현정 작가가 본격적으로 매미를 그린 그림책이다. 애벌레의 갑옷을 ‘툭’ ‘투툭’ 열고 나오는, 아직 얇고 촉촉한 날개를 말리는 매미의 탄생을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표현하였다. 여백이 많은 흰 색 바탕에 연두와 분홍이 섬세하고 여리다. 조심스럽게, 경이롭게, 작은 생명에 다가가는 작가의 태도가 참 잘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모든 생명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비롭고 웅장하다. 그리고 생명을 지닌 모두는 피어난다. 어느 한 시절에는, 분명! 지혜, 도움, 운도 가끔 필요하겠지만 계속 묵묵히 걸어가는 걸음이 피어나는 시절을 만나게 할 것이다. 그러니 살자. 살아가자.




*망원동, 성산동 어드메에 위치한 어린이책출판사 나무의말 x 계절책방 낮과밤 x 어린이생태공간 아침책숲이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환경책모임에서 준비하는 월간 소식지 '그물망'에 싣는 그림책 글에 더해 생태, 일상, 어린이 관련 그림책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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