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이야기

『웅고와 분홍돌고래』&『대왕고래의 마지막 노래』

웅고와 분홍돌고래.jpg
대왕고래의 마지막 노래.jpg


『웅고와 분홍돌고래』 김한민 글, 그림, 비룡소

『대왕고래의 마지막 노래』 린 브루넬 글, 제이슨 친 그림, 정창훈 옮김, 봄의정원


제주도에 갔다. 렌터카를 빌린 후 바로 달려간 곳은 남방큰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는 곳이었다. 저 멀리, 세모나게 출렁대는 물결 사이에서 반짝이는 게 돌고래인가? 계속 주시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세찬 바람, 뜨거운 태양, 물결의 출렁임 때문에 내 속만 울렁댔다. 이곳에 서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간다고 돌고래가 안녕, 나 여기 있어. 반가워! 하고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는 걸.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 걸. 과연 나는 언제 돌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아마존 열대 우림에 사는 웅고와 하마, 악어는 분홍돌고래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지루해지고 배가 고파지자 악어와 하마는 집으로 돌아간다. 웅고는 혼자서도 꿋꿋이 기다린다. 혼자가 되어야 만날 수 있는 소리, 풍경이 있다. 그제야 아마존의 다른 생명들을 만나게 된 웅고는 비록 분홍돌고래는 못 봤지만 본 거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두 페이지 펼친 면을 가득 채운 아마존의 풍경이 참 고요하고 아름답다. 웅고의 귀, 손바닥, 입술에 칠해진 옅은 핑크색, 작가가 얼마나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아마존의 자연과 생명들을 바라보고 대하는지 알 수 있다.


딱딱하고 건조할 거 같은 지식, 정보가 어떤 이야기의 흐름, 그림과 만나 큰 경외와 감동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여기 대왕고래가 있다. 몸길이 33미터, 몸무게 165,000킬로그램, 노래 소리는 8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퍼진다. 그런데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죽은 후 이야기다. 대왕고래가 죽어 1,800미터 심해에 가라앉으면 웨일 폴(whale fall)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그 생태계는 150년도 넘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생명들의 터전과 먹이가 된다. 대왕고래는 죽은 후에도 다른 생명들을 살리며 바다와 함께 살아간다. 그림책을 찬찬히 따라 읽다가 상상조차 해 본적 없는 바다와 대왕고래의 거대함과 유연함에 내 몸이 쪼그라드는 경험을 한다.


어떻게 가늠할 수 있겠는가. 미끄러지듯 유영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몸, 그 속에 깃든 힘, 생명력, 그의 하루, 삶, 죽음. 그런 존재들이 모여 사는 드넓은 바다, 그 품 안에 있는 알아챌 수도, 이름 지을 수도 없는 수많은 생명들의 신비와 고요를 말이다. 상상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된다.




*환경책모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방문해 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achim_book_forest/


*'그물망'에 가시면 다른 분들의 글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s://mangwonddd.stibee.com/


매거진의 이전글바야흐로 매미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