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없어도 충분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 2026년 1월 부터 나선의집과 아침책숲이 함께 그림책 모임 월간 나선x책숲 클럽 을 엽니다.

1월 책으로 선정된 책 두 권 중 생태 이야기가 담긴 책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에 관해 쓴 글을 공유합니다. 이 모임이 궁금하신 분은 아침책숲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chim_book_forest/을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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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매튜 코델 지음, 비룡소


산을 넘어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오후, 학교에서 집으로 향한다. 눈발은 점점 더 거세지고 아이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새끼 늑대를 만난다. 왼쪽 페이지에는 빨간 우비를 입은 아이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낯선 사람이 무서워 바닥에 엎드린 새끼 늑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첫 번째 만남이다.


아이는 무릎을 굽히고 두 손을 내민다. 새끼 늑대를 가족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너구리, 부엉이를 물리치고 눈 속을 헤치며 걷고 또 걷는다. 드디어 어른 늑대를 만났다. 늑대는 의심한다. 새끼 늑대를 안고 있는 이 사람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적인가 아닌가. 둘의 응시. 두 번째 만남이다.


그림을 보는 순간 숨이 ‘흡’ 멎는다. 팽팽한 긴장감이 인다. 새끼 늑대는 무사히 무리의 품으로 돌아가고 긴장과 고된 걸음으로 지친 아이는 그제야 안도하며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너무 멀리 왔고 아이는 너무 지쳤다. 쓰러지고 마는 아이,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늑대들이 다시 모여든다. 이 작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늑대들은 아이를 찾아 나선 인간들에게 울음으로 신호를 보낸다. 새끼 늑대는 아이를 핥아주며 온기를 나누어 준다. 드디어 어른들이 아이를 찾아내고 아이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간다.


글없는 그림책이지만 그림 서사가 촘촘하게 이어진다.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이야기가 눈앞에 주욱 펼쳐진다. 야생동물과의 우연한 만남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경외감에 더해 서로간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생명을 살리는 도움의 손길이 더해진다. 두 번의 만남은 화면에 다른 형식으로 드러난다. 무릎을 꿇고 손을 내미는 아이의 응대, 팽팽한 긴장감으로 서로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렌즈 안의 두 생명. 하지만 결국 마음은 서로 통한다. 야생동물 또한 같은 생명이고 생명의 소중함은 그들도 당연히 안다. 이 책에 글이 없는 이유는 다른 글 없는 그림책에 비해 좀 더 명확하다. 소통할 언어가 없어도, 같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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