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요!

『들개』& 『그늘 안에서』

* 2024년 부터 환경정의 어린이 환경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5년 추천한 12권의 어린이 책 중 두 권의 책에 대해 썼던 글을 올립니다.

24번째 환경책 큰잔치 자료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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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조원희 지음, 롭


펫숍에 있던 작은 강아지는 인간의 반려견이 된다. 한동안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잘 지내지만 어느덧 자란 개는 인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어느 날 인간은 어릴 적부터 개와 함께 가지고 놀던 파란 공을 가지고 차를 타고 멀리 나간다. 공놀이를 다시 하는 건가? 신난 개는 멋지게 공을 물고 돌아오지만 인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개는 거리를 떠돌며 인간을 찾아다니다 차와 다른 인간의 위협을 피해 산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다른 개들과 함께 생활하며 새끼도 낳고 또 다른 삶을 꾸린다. 하지만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애쓰는 행동들은 모두 인간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 인간들 또한 개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그런 인간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개는 더 깊고 먼 곳으로 향한다.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묻는다. 왜?


타의로 반려견이 되고 또 유기견이 되는 많은 생명들, 돌봄과 애정의 손길을 잃어버리고 살 곳도 잃어버린 그들이 갈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왜 그들은 들개가 되었는가.


생명들은 말이 없다. 이 그림책 또한 글 대신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목줄, 공, 철망 틀 등 인간에게 속해있는 것은 파랑색으로 칠해졌다. 개에게 위협이 되는 도시의 빛은 노랑 그리고 검정과 하양, 몇 안 되는 색과 간결한 형태만으로 176페이지가 이어진다. 모든 관계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하물며 생명간의 관계 맺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상황을 합리화하며 생명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린다.


난폭하게 사로잡으려는 인간에 의해 파랑색 목줄이 끊어지는 장면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인 듯 통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에게서 벗어나 훨훨 자유롭게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반려의 삶을 사는 생명들에게 그것은 얼마나 유효하며 또한 얼마나 행복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유기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반려에 대한 물음 또한 던지고 있는, 생명과의 진정한 동행과 공존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그늘 안에서』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신유진 옮김, 보림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양옆으로 길게 펼쳐진 화면 한가운데 바위 하나가 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바위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그늘을 만들었다. 한 아이가 태양을 피해 그늘 안에 앉는다. 잠시 후 덜 뜨거운 바닥을 찾아 뱀이 기어온다. 더위에 지쳐 혀를 내민 여우, 토끼, 고슴도치도 태양빛을 피해 그늘로 온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위가 드리운 그늘은 짧아지지만 더위에 지친 생명들은 계속 온다. 함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고쳐 앉으며 그늘을 나눈다. 드디어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생명들은 그제야 그늘에서 나온다.


왜 이 곳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을까? 멧돼지, 여우, 염소, 새들이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여기는 어디며 이들은 왜 이렇게 있을까? 여러 의문이 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기로 가득 찼다 식어 버리는 공기의 분위기는 주황, 노랑, 분홍, 보라 아름다운 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것 같은 이야기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보이는 움직임이다. 인간까지 포함한 작은 생명의 무리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서로를 살핀다. 내 자리를 좁혀 공간을 내어 주며 마음의 품을 연다. 열기가 사라졌을 때 드디어 자유로워진 이들은 즐겁게 어우러져 어둠 속으로 함께 나아간다.


인간은 자꾸, 자주 잊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지구에는 인간만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런 지구를 함부로 훼손할 권리가 인간에게는 없다는 것을. 인간과 비인간생명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모습을 만나니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곳에 어린이가 있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지구는 이들이 살아갈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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