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체포되었어요』&『뿔라스틱』
* 2024년 부터 환경정의 어린이 환경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4년 추천한 12권의 어린이 책 중 두 권의 책에 대해 썼던 글을 올립니다.
23번째 환경책 큰잔치 자료에 실린 글입니다.
『엄마가 체포되었어요』
다니엘 셀린 글, 클라라 바르틸손 그림, 신견식 옮김, 지양어린이
마을 뒤편에 위치한 작은 숲은 10년마다 여러 형태의 개발 광풍을 맞는다. 면밀히 살펴보면 필요하지도 않았던 어떤 것을 짓겠다고, 사유지니 건물을 짓겠다고 나무들은 베어지고 숲은 줄어들고 위협받았다. 도시 한 가운데 위치한 도시 숲, 인간의 안전이 최우선인 공원이 지닌 한계와 운명이라기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숲을 지키기 위해 알아 본 방법 중 하나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이 사는 보호 구역으로 그곳을 지정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방법으로 숲을 지키는 발칙하면서도 귀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칼 휘게 아저씨는 벌목 기계로 자꾸 나무를 자른다. 나와 내 동생 돼지코는 울창한 숲속의 나무들이 무척 좋은데 말이다. 어느 날 밤 아저씨의 벌목 기계가 망가졌다. 경찰은 엄마가 범인이라며 엄마를 경찰서에 데려갔다. 엄마는 비상시 열어보라는 편지와 숲을 지키려면 반드시 황금 대왕 딱정벌레를 찾으라는 말을 남겼다. 남매는 편지를 열어 오래도록 연락 없이 지내던 엄마의 쌍둥이 이모에게 사실을 알리고 황금 대왕 딱정벌레를 찾으려 애쓴다. 이 모든 장면을 화면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황금 대왕 딱정벌레, 동생의 곤충채집망에 스스로 들어가 변호사 이모와 아이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한다. 이제 황금 대왕 딱정벌레가 발견된 이 숲에서는 나무를 함부로 벨 수 없다. 아니, 나뭇가지 하나도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
앞 면지에는 얼굴을 가진 나무들이 여럿 베어져 그루터기만 남았다. 바위는 체념한 듯, 포기한 듯 눈을 감고 있다. 뒷 면지에는 임무를 마친 황금 대왕 딱정벌레가 또 다른 딱정벌레를 만나고 있다. 나무, 꽃, 오리, 무당벌레, 새 등 무수히 많은 생명이 사는 숲에서 말이다. 숲을 지키는 목소리는 한결같다. 숲은 인간이 마을을 이루고 살기 훨씬 이전부터 거기에 있었으며 무수히 많은 생명들의 집이라는 것. 다른 생명의 집을 함부로 훼손할 권리, 인간에게는 없다.
『뿔라스틱』
김성화ㆍ권수진 글, 이명하 그림, 만만한책방
플라스틱이 뿔이 났다. 플라스틱을 발명한 건 인간이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에 안 좋다며 더 이상 쓰지 말자고 한다. 플라스틱은 억울하다. 플라스틱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고 기가 막힌다. 만들 때는 언제고, 열광하며 쓸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왜 나에게 책임을 전가 하는가! 뿔난 플라스틱이 기자 회견에 나섰다.
사물이 탄생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다 이유와 과정이 있다. 1973년 발명된 플라스틱은 깨지지 않아 위험하지 않고 가볍고 녹슬지 않아 오래 가는 마법 같은 발명품이었다. 석유 찌꺼기로 만든 플라스틱 삼형제 비닐, 페트, 스티로폼. 하지만 미처 몰랐다. 플라스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잘게 부서져 여기 저기 지속적으로 스며들고 쌓여 생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걸 말이다. 플라스틱은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마침내 항변한다. 석유가 바닥나면 플라스틱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니 우리를 ‘함부로’ 쓰지 말라고! 우리도 반려 플라스틱이 되고 싶다고!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80억 사람들의 옷, 신발, 이불, 봉지 등을 모두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일상의 작은 불편함은 차치하더라도 플라스틱이 꼭 필요한 곳, 플라스틱을 꼭 이용해야만 하는 물건, 대상이 있을 수 있다. 항상 문제는 너무 많은, 무분별한 사용과 낭비다.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조절한다면 플라스틱과 조금 더 오래 공존하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플라스틱 산이 집을 집어 삼키고 미세 플라스틱이 서서히 생명을 죽이는 두려움과 공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간명하고 재치 있는 글과 상황을 재미나게 보여주는 그림은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막연한 불안과 죄책감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선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