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 2025년 '그림책의 해'를 맞이하여 한겨레 신문에서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기획 기사로 진행했다. 그림책 속 한 장면을 택해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권정민 작가의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선택했고 다음의 글을 실었다. 그물망 연재가 3월까지 쉬어서 1월에는 생태 그림책 관련 지난 글들을 모아 놓는 작업을 하려 한다. (출처: https://bookyear.or.kr/2025-7/)
이 생명들의 집은 어디인가
아파트가 보이는 계단 밑에 차들이 주차해 있다. 아파트 분양권 현수막이 펄럭인다. 숲에 있어야 할 멧돼지들이 트럭 뒤에 있다. 맞은편 차 밑에도 고양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둘은 서로 바라본다. 여긴 어디니? 너 괜찮니? 노란 햇빛이 거리를 비춘다. 아파트 실내 불빛과 같은 색이다. 하루가 저무는 시간, 멧돼지들은 추운 계절이 오기 전 반드시 집을 마련해야 한다.
멧돼지들의 집은 어디일까? 왜 이들은 난데없이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어 도시에서 고군분투를 벌여야 할까? 지침서 한 문장과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그림이 함께 자아내는 풍경과 물음은 씁쓸하다. 그래서 멧돼지들의 마지막 반격이 반갑다. 아파트에 들어간 멧돼지들은 인간들을 쫒아내고(인간들이 도망가고) 편지를 보내 친구들을 초대한다. 자,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다!
동물, 식물, 엄마 등 여러 존재들의 입장을 바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 온 권정민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권정민 글, 그림
보림(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