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열매』& 『단풍 편지』
『은행나무 열매』 미야자와 겐지 글, 오이카와 겐지 그림, 박종진 옮김, 여유당
『단풍 편지』 기쿠치 치키 글, 그림, 황진희 옮김, 웅진주니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뭐예요?” “은행나무요” 은행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흔하디흔한 가로수인데다 가을에는 은행 냄새로 발밑을 조심하게 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과 같다 했다. 지구에 오래도록 여전히 살고 있는. 그 뒤 많은 나무를 만나게 되면서 은행나무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올해, 천 살은 족히 되었다는 반계리 은행나무님을 꼭 만나러 가야지 다짐했었다. 딱 알맞을 것 같은 시기를 놓쳤고 그래도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이미 잎을 모두 떨구고 난 뒤였다. 하지만 빈 가지만 있어도 위용은 대단했다. 너르고 깊은 엄마 품 같았다.
미야자와 겐지의 『은행나무 열매』는 가을이 되어 천 명의 노란 은행 열매들이 엄마 나무를 떠나는 이야기다. 황금색 아이들은 여행 떠날 채비를 하며 옷과 신발을 챙긴다. 어디로 가게 될지 두근두근 하고 반짝이는 황금별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동안 못되게 군것이 생각나 서로 토닥이기도 한다. 북풍은 여지없이 도착하고 엄마 나무는 아이들이 먼 여행을 잘 하도록 슬픈 안녕을 빌어 준다. 노란빛이 온 세상을 비추는 아침이다. 햇빛의 노란빛인지 은행의 노란빛인지 잘 분간되지 않는다. 열매들의 앞날처럼 환하고 밝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겨울을 날 채비를 한다. 그 중 하나가 잎의 초록이 없어지고 본색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 색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은행잎과 단풍잎으로 대표되는 노랑과 빨강이겠다. 화살나무, 복자기 나무의 빨강도 참 예쁜데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이 단풍의 빨강이라서 그럴까, 가을하면 울긋불긋 붉은색이 먼저 떠오른다.
옆 산에서 단풍 편지가 날아들었다. 단풍 편지는 곧 겨울이 온다는 소식이다. 우리 산에도 편지가 왔을까? 산새와 동물들은 산의 단풍을 찾아다닌다. 저기 빨간 색이 단풍일까? 에이, 산사나무 열매다. 저기 빨간 색은? 앗 붉은 여우다. 드디어 찾았다! 우리 산에도 단풍 편지가 왔다. 많이 왔다. 온 산이 붉다. 두 페이지 하나 가득, 세 장에 걸쳐 할애된 단풍의 붉은 풍경은 색면 추상화 같다. 빨간 빛에 더해 ‘빨간 바람’, ‘빨간 소리’도 나는 것 같다. 단풍 편지의 도착으로 이제 숲 속 생명들도 겨울을 날 채비를 한다.
나무들의 또 다른 겨울 채비는 본색으로 변한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추운 겨울 동안 뿌리로부터 물을 끌어 올려 가지에 매달린 잎들에 물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수관이 터지지 않게 보호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나무의 겨울 채비 중 하나이다. 벌거벗은 나무라는 뜻의 나목(裸木), 예전에는 쓸쓸하고 춥게만 보였는데 이제 보니 현명하고 의연하다. 열매도 예쁜 색 잎도 다 떨군 나목들아, 우리, 부디 겨울을 잘 나고 따사로운 봄을 힘차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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