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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라일라』 에바 린드스트룀 글그림, 이유진 옮김, 단추

『돌아와, 라일라』를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모호하고 어려웠다. 같이 읽은 사람들 모두 어려워했다. 그래서 조금 더 명확하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나는 물이 싫어』나 『걷는 사이』가 더 좋았다. 그림책방 곰곰에서 한 달에 한 번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돌아가며 호스트를 맡았는데 누군가 에바 린드스트룀의 그림책을 같이 읽자고 했다. 국내 출간된 에바 린드스트룀 책을 다 읽었는데, 이 책이 제일 모호하니 우리는 보고 또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누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이 책을 혼자 다시 보고 싶어졌다.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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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보면 에어매트, 산딸기 요구르트, 우산, 풍경, 정류장, 다리의 등장은 생뚱맞다. 연결 지점이 없이 난데없이 툭툭 튀어 나온다. 책을 보면 라일라로 여겨지는 아이가 걸어가며 이 생뚱맞은 것들을 만나는 그림이 이어진다. 꽁지머리를 하고 발레복인 것 같은 옷을 입은 아이는 혼자다. 새도 가끔 나오지만 호수, 오솔길, 산, 길을 홀로 걷거나 쉰다. 갑자기 에어매트를 만났지만 그 덕에 호수를 건널 수 있고 누군가 지은 다리가 있어 낭떠러지도 건널 수 있었다. 정류장에 잠시 멈춰 서 있다가 버스를 타고 어딘가에 도착했는데, 그곳에 있는 집에는 창밖을 주시하며, 문을 열고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식탁 위에는 스파게티 면 한 가닥이 나온 냄비가 놓여 있고, 상이 차려져 있다. 라일라는 들어와 이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까?


혼자 걷고 있는 중 만난 산딸기 요구르트는 어떤 맛일까? 산을 앞에 두고 바위에 앉아 나무에 기대 산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있는 곳에 놓여 있는, 상자에 있는 빨간 점 세 개는 뭘까? 나를 위한 정류장에 앉아 있는 느낌은 어떨까?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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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는 많이 괴롭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때론 호기심과 만족감으로 미소를 짓고 있기도 하다. 자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필요한 것을 말없이 착착 마련해주는 보이지 않는 애정 어린 손길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일까? 이 모험과 여정이 라일라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나는 아이들을 향한 응원과 환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이런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 어른이 되고 싶다. 중학생이 되어 조금 멀리 학교를 다니는 큰 아이는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들어온다. 주말에도 ‘나갔다 올게’ 하고 나가 시간을 보내고 온다. 어디를 왜 가는지, 몇 시에 올 건지는 알려 주지만 아이의 하루가 어떤 길 위에서 어떤 느낌과 만남으로 이루어지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고 물을 필요도 없다. 그저 집에 오면 이렇게 묻게 되었다. “오늘도 재미있었어?” 그리고 아들이 나에게 묻는 것은 이제 이거 하나 밖에 없다. 1분이면 도착할 거리에 있으면서도 전화로 묻는다. “오늘 저녁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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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라일라』 는 시적인 짧은 문장과 하나도 허투루 그려진 것이 없는 듯한 그림, 수수께끼 같은 모호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요리조리 독자가 상상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주된 색인 것 같은 레몬색과 라임색 느낌도 마음에 든다. 여리고 작은 존재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서. (23.03.27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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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이 책으로 또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라일라를 청소년으로 누군가는 엄마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꼭 시적이고 상징적인 모호함을 곱씹어 소화하지 못해도 어린아이들과도 보고 또 봐도 좋을 그림책으로 이야기도 나눴다.


ps. 2 글 쓰는데 20개월 된 아가가 부모의 방임으로 반짝이는 생을 마쳤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그래서 덧붙인다. '아이들은 자라며 마음 기대고 쉴,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을 마음껏 주는 누군가 필요하다. 그건 딱 한 사람이어도 충분하다. 그래야 아이들은 든든한 뒷배를 믿고 마음껏, 당당히 세상과 맞설 수 있다. 의식주,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과 따뜻한 밥이 아이들에게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것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도 학대다. 아이들을 학대하는 뉴스를 접하면 학대를 한 사람들(대개는 부모)을 꼭 똑같이 그 상황에 처하게 해 작고 여린 아이들이, 세상에 믿을 거라곤 학대를 한 그 사람들밖에 없었을 그 조그만 생명들이 죽는 순간까지 느꼈을 두려움, 아픔, 고통, 슬픔을 절절히 느끼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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