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by 김작은
출처 @kim_smalll


걸음이 느린 할머니와

깜빡이는 녹색 신호등


사람들로 막힌 전철입구와

내리지 못하고 떠밀리는 아주머니


에스칼레이터 없는 계단과

이민 가방을 든 여학생


버스 뒷문의 하차 소리와

많은 짐을 수차례 나눠 내리는 아저씨


가파른 경사의 언덕과

폐지 한가득 실은 리어카 끄는 노부부


길을 잃은

세발 자전거 소년






한 사람이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모순된 삶을 살아간다.

모순을 파고들어 선과 악의 경계를 찾다 보면, 이 역시 모호해진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때문에 삶의 모순이 발생하는 것인지,

삶의 모순 때문에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지 알 수 없다.


늘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혼돈 속에 살아가면서 이윽고 상황이 발생한다.

발생한 상황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비로소 모호했던 경계의 끝자락이 보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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