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어디에 보관될까?
대체 어디에 강렬한 흔적들이 남는 걸까?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는 소풍을 빙자한 사생대회 & 백일장을 열어 전교생을 어린이 대공원에 모았다.
많은 친구들이 백일장을 택할 때
나는 값싼 물감과 팔레트, 화판을 바리바리 들고 사생대회를 택했다.
밑그림을 연필로 꾹 꾹 눌러가며 그렸다.
솜씨는 서툴렀지만 제법 마음에 들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수채화 물감으로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때, 글을 대충 다 쓴 친구들이 뛰어놀다가 내 물통을 실수로 차버렸다.
물은 내 도화지 위로 쏟아지고 말았다.
얼른 닦아냈지만 칠했던 물감이 묽어져 빛바랜 색이 되었다.
덧칠을 계속하니까 도화지가 버티질 못했다.
너덜너덜해진 도화지를 들어 물기를 말렸다.
붓질로 갈려나간 도화지의 겹과, 묽어진 채색, 지워진 흑연이 아쉬웠지만
자세히 보니 꾹 꾹 눌린 서투른 밑그림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