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 자료를 대표님이 보실 것 같아?!
여러분이 다니시는 회사에서는 회의를 어떻게들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저희가 매주 목요일마다 하던 회의는 경영진들한테 주간 업무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반복하는 일이나 사사로운 일들을 전부 넣진 않더라도 경영진 지시사항과 굵직한 이슈는 빠짐없이 회의 자료에 넣어야 했죠. 코로나의 기승에 따라 모이지 못할 땐 자료만 제출했습니다.
중소기업 잡무 이야기 첫 번째 글에서 업무 초반에 대표님과 직접적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제 업무 환경을 소개했었는데요, 이번 일도 그 시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대표님께서 어떤 자료를 요구하셔서 조사해보니, 최소한 하루 이상 걸릴 일이었습니다. 수요일에 업무지시를 받아 이번 주 안으로 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서둘러 자료를 수집하였지요. 회의가 있는 다음 날, 코로나의 기승 탓에 모이진 않고 회의 자료만 취합하여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대표님이 요구하신 자료를 하루 만에 준비해서 회의 자료에 취합하여 드릴 수 있었어요. 회의자료를 제출한 그다음 날 부대표님이 불러서 임원실로 들어갔더니 대표님 지시 업무는 어떻게 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어제 드린 회의 자료에 취합하여 드렸다고 말씀드리니,
"너는 그 자료를 대표님이 보실 것 같아?!"라고 역정을 내셨어요.
역시, 업무 체계보다는 유연함을 앞세우는 중소기업답게 보고자의 보고자료를 통한 보고는 쉬이 증발하더군요. 그래도 시정하여 다시 보고 드리겠다고 말씀드리려던 찰나, 나가보라고 하셔서 사과나 시정도 못하고 황망히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힐끔 돌아보니까 어제 취합한 회의 자료 자체를 지금 뒤적이며 검토하시더군요.
앞으로 지시한 업무는 직접 드리라고 하든가(회의 자료는 언제나 부대표님께 직접 드림), 회의 자료에 첨부했다고 말을 하라고 하든가(원래부터 지시 업무는 회의 자료에 필수로 넣음) 하는 별다른 지시는 없었습니다. 뭔가 역정 낼만 한 잘못에 대하여 바로 잡힌 것이 없던 허망함이 몰려왔달까요.
아마도, 일단 화부터 내면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세상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