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육아와 휴직 그리고,

실패 교과서

by 안대리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매우 유행하던 시기였다. 뉴스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산모가 진통이 왔는데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엠블런스를 타고 여기저기 헤매다 결국 응급 헬기를 타고 지방 대학병원에서 출산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아내는 첫째 아이 출산 때 상황상 제왕절개를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했다. 출산 예정일보다 2주 정도 당겨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산모와 아기가 모두 위험하다는 담당 교수님의 소견이 있었다.


만약, 수술 예정일이 다가왔는데 나나 아내가 코로나 확진이 된다면,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대학병원을 전국을 뒤져 찾아야만 했다.

만약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게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전개이다.

아내의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그때 봤던 뉴스 기사가 남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배해 왔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건강하게 출산을 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도 우리 가족의 상황을 배려해 출산 2주 전부터 재택근무를 허락해 주었고, 출산과 함께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회사 내에서 육아휴직이란 제도가 흔하진 않았다. 남자 직원에게는 특히 더 그랬다.

당시에 운이 좋게도 회사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육아휴직을 신청한 또 다른 남자 직원분이 있었다.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회사 생활에 관해 소개하는 공중파 방송에 몇 차례 출연하기도 했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던 분인데, 회사 내에서도 꽤나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 직원 분이셨다.

그분이 가장 강조했던 내용 중 하나가 가족, 자녀와의 애착 형성에 관한 것이었고 이 모든 것은 육아휴직으로 귀결되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진 않았지만 그런 내용을 계속적으로 강조하다 보니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음... 일종의... '가스라이팅' 같은 걸 당한 거라고 하면 아마 느낌이 비슷할 것이다.

출산을 앞둔 직원이라면 육아휴직을 필수로 신청해야 할 것 같았고, 만약 회사 오너라면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아무튼, 운이 좋게도 그분도 비슷한 시기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나도 용기를 내어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어찌 보면 육아휴직을 하게 된 계기가 수동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지만, 사실 나에게도 꿈은 있었다.


둘째 아이가 생기고부터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싶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설명할 수 있는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더 잘 키우고 싶었다. 가까이서 교감하면서 좋은 정서를 심어주고 싶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당시에는 해뜨기 전에 출근해서 아이가 잠이 들 때쯤 퇴근했기 때문에 아이랑 함께 할 물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주말엔 나 또한 시들시들한 시금치 마냥 힘이 빠져있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육아휴직 초반의 계획은 매우 웅장했었다.

하지만...


육아는 그리 녹녹지 않다. 육아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통잠을 잘 수 있다는 것과 대소변 볼일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소하지만 인간으로서 매우 행복한 권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남는 시간을 활용해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그런 것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꿈에서 깨셔야 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기가 시도 때도 없이 대성통곡으로 당신을 찾을 테니 말이다.


아내와 아이들과의 정서적 교감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들, 아기가 자다가 깨서 울 때마다 벌이는 아내와의 눈치게임.

아마 전쟁통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인내심을 기르기에는 육아만큼 훌륭한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하다.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아이의 숨결을 느끼고, 옹알이부터 '엄마, 아빠' 말하는 소리를 듣기까지. 소중하지 않은 순간들이 없을 것이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많은 순간들을 남기려고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폰 꺼내고 카메라를 켜고 화면을 통해 아이들을 봐야 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아이의 표정과 손짓, 그 순간의 분위기들을 모두 내 눈에 직접 담아내고 싶다.


첫째 아이 때는 왜 육아휴직을 하지 못했는지 한스럽다. 아이와의 시간을 놓쳐버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더 잘해주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지.


첫째 아이는 딸이다 보니 완전 엄마의 껌딱지가 되었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가거나 문화센터를 가거나 미술 학원을 가거나 항상 엄마와 가길 원했다. 자동적으로 그 시간 동안 둘째를 돌보는 것은 아빠인 나의 몫이 되었다.

진 자리 마른자리 갈아주고 놀아주고 먹여주고 씻겨주고 안아서 재우고. 자다 깨면 새벽이라도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안아서 달래주고 흔들흔들 다시 재우고.

거의 아빠인 내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전담하여 돌보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무섭거나 서럽거나 넘어졌거나 할 때마다 항상 아빠를 찾았고 엄마가 옆에 있어도 울면서 나에게 손을 뻗어 안아달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나를 아빠라고 하지 않고 "엄마"라고 했다. 아직 '엄마' 밖에 말할 줄 모르는 것인지, 나를 정말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시기쯤 아내도 알아듣지 못하는 둘째의 옹알이가 무얼 뜻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둘째는 벌써 19개월 차가 되었고, 아주 귀여울려고 작정하고 태어난 생명체처럼 귀여웠다. 떼를 써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렇게 정성으로 키워놨더니

지금은 엄마만 찾는다.

아빠가 목욕시켜주려고 해도 손으로 밀어내고 엄마에게 쪼르르 가버리고 맘마를 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엄마가 주면 덥석 덥석 잘도 받아먹는다. 울 때도 달래주려고 안으려 해도 "아니야, 아니야"라고 하며 엄마에게 안긴다.


서운하지는 안다. 그러한 모습도, 이러한 순간도 모두 소중하다.


육아는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계획했던 일들을 작은 업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휴직 기간이 조금 남긴 했지만, 휴직 자체로는 이룬 것이 없어 실패라고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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