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2018년 12월 3일.
나의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태어난 날이다. 태어난 조카를 보기 위해 형수가 있는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다가 형이 좋은 걸 알려 주겠다며 내 휴대폰에 키움증권 MTS를 설치해 주었던 날이다.
형은 친절하게도 관심종목들도 채워주었다.
건너지 말았어야 할 강을 건너버린 것이다.
만약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처럼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신호를 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그때의 나를 찾아가 소리칠 것이다.
"안돼! 곱버스는 안된다고!"
핸드폰에 증권사 MTS를 깔고 첫 거래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형이 넣어준 관심종목에 있던 원자재 관련 ETF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가슴인 나는 망설이다가 일단 10만 원만 넣어봤다.
며칠 만에 수익률이 46%가 되었다. 단 한 번도 부자였던 적이 없었지만, MTS에 찍힌 수익률을 보는 순간 경제적 자유라는 어리석은 비전을 봤던 것 같았다.
"아.. c 100만 원 치 살걸.."
그것이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 후로도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꽤 짭짭하게 수익이 났다. 그러다 공부도 없이 같은 패턴을 반복하다 '어어.. 이게 아닌데'하는 순간이 왔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덮어버릴 수는 없었다.
"폭풍의 추가 매수다."
주가는 잔고의 멱살을 잡고 저 심연의 바다 깊이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다.
너도 나도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고, 나 또한 시류에 뒤지지 않기 위해 예수금을 채웠다. 너도 나도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내 잔고는 또 한 번 심연의 깊은 바다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식 투자로 깡통을 찼던 개미들의 코스처럼
나 또한 국내 주식에서 망하고,
"그래, 우리나라 주식판은 외국 자본의 놀이터야. 돈은 미국 주식으로 몰리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자."
미국 주식에 손을 대었고, 미국 주식시장에 뛰어든 순간부터 급격하게 글로벌 경기가 나빠졌다.
그렇게 두 번째 깡통 찼다.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자꾸만 본전 찾을 생각만 했다.
"손실 복구에는 역시 레버리지가 높은 해외 선물이지."
인터스텔라의 영화 속 장면처럼 다른 차원 '나'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시점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했으나, 경제적 족쇄만 더욱 옥죄어졌다.
다행인 건 아직 코인까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고 떠드는 유튜버나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쓴 작가들도 어쩌면 그렇게 나와 같이 경제적 자유, 부자,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나약한 희망으로 또 다른 방식의 경제적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만 늘어갔다.
어쨌든, 성공이란 가치가 경제적 자유를 뜻하는 것이라면 나는 아직까지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