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쯤 나는 스물아홉이 되었고,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 사람의 가정사 이야기를 내 가족에게 전하자,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이미 결혼을 한 언니들도 모두 반대했다.
그 사람의 사정은 안타깝고,
그 와중에 스스로 노력해서 많은 걸 이뤄낸 건
인간적으로는 대견한 일이지만,
결혼 상대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가난한 집안, 복잡한 가족사, 불안한 정서.
그 모든 것들이
결혼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부정적인 조건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부모님과 언니들이 반대하자,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내 의지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마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부모님이
갑자기 반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던 것 같다.
‘집안이 어렵다고 해도,
성실하고,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무엇보다… 성실하잖아.’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가진 가정 환경은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적인 매력은 크지 않았고,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주변의 바람을 피운 지인의 남편들과 비교했을 때
그런 재미없음은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나는 자신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한 그가
대견하기도 하고,
어쩐지… 불쌍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내가 재미있게 살게 해 주고 싶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의 집에 인사를 가게 되었다.
듣던 대로 집은 매우 가난했고,
아버지는 거칠고, 화가 많은 70대 노인이었으며,
어머니는 무표정하고 지쳐 보이는,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집 전체가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었다.
좁은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없었고,
손을 씻기 위해선 쪼그려 앉아야 했다.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그의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오며,
그가 이런 환경에서 자라왔다는 사실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하루빨리 이 집에서 그를 ‘빼내고’ 싶다는,
어쩌면 오만한 마음까지 들었다.
나의 부모님과 언니들도 결국엔 반대를 포기했고,
‘그냥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의 가족들은 나를 반기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여동생이
"그 여자 사치하는 사람은 아닌지 잘 살펴보라"고
말한 정도가 전해졌을 뿐이다.
고작 4개월 남짓 만났을 뿐인데,
나는 결혼을 결심했다.
감정의 기복도, 표현도 거의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이었지만
내가 하는 일에 묵묵히 잘 따라와 주었다.
결혼 준비는 자연스럽게
나의 주도로 흘러갔다.
그는 특별한 의견도, 갈등도 없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