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쯤이었던 것 같다.
광화문 어딘가에서 처음 만나 차를 마시고, 식사도 하였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침착했고, 말수가 적었는데, 주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대답을 하면 그에 대한 반응은 없이
또다시 새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마치 인터뷰를 하는 중인가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후 몇 차례 더 만났는데, 특징이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전화가 왔고,
나누는 대화도 거의 비슷했다.
매주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왔고
(나와의 만남 때문이 아니라, 원래 매주 올라오던 일정이었다)
주중 하루, 주말 하루를 규칙적으로 만나는 정해진 데이트 일상이 이어졌다.
오차가 거의 없는, 기계처럼 정확한 성실함이었다.
그때는 그게 안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서너 달쯤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꺼냈다.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했다.
원래 가난했고,
아버지는 폭군이었으며,
어머니는 그로 인해 오랫동안 가정 폭력을 당해왔다고 했다.
그의 형도 그 피해자였고,
그는 아버지에게 맞지 않기 위해
오직 공부만 열심히 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정말 끔찍하게 싫어.”
그 순간 나는, 그의 말보다, 감정 없는 말투가 더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