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나는 근무하던 지역을 떠나, 남편의 근무 지역으로 발령을 신청했다.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옮기는게 합리적이지' 하면서도
한편으론 나의 호의이자 배려라고도 생각했다.
주말마다 두세시간 거리를 다녀가야 하는 삶은 그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배려에 혹시라도 그가 미안해 할까봐
나도 지방에서 한번은 살아보고 싶었노라고도 말했다.
큰 착각이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내가 자란 곳을 떠나본 적 없던 나는,
용감하게도 —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 짐을 쌌다.
아는 친구도, 가족도 없이, 그저 남편 하나만을 바라보고 내려왔지만,
신혼 생활은 생각보다 자주 삐걱거렸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내려와 외롭다 할라치면
남편은 니가 좋아 내려왔지 누가 너더러 내려오라했냐고 했다.
갈등이 발생하면 그는 묵묵부답, 입을 닫는 사람이었다.
입을 닫은 채 자신의 생활을 성실히 영위하는
그의 모습이 힘들었다.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날들이 일주일, 이주일, 한 달도 좋게 넘어갔고,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나의 노력은 대부분 공염불이 되었다.
갈등의 끝은 결국 큰 상실감과 답답함을 남겼고,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든 메아리라도 되돌아오기를 바랐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고,
그 침묵은 점점 내 마음을 갈라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