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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귀새끼 Dec 22. 2015

본전 생각

누가 더 합리적인 소비자인가.

"지유야, 우리 저기 있는 것도 타 보자."



  싫답니다. 지유는 계속 같은 것만 몇 번째 타고 있는지 모릅니다. 선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가족끼리 키즈카페나 롯데월드에 다녀옵니다. 색시나 저는 원래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 타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부모가 되니 자주 가게 되네요. 선유, 지유 둘 다 아직 키 제한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많지는 않습니다. 회전목마 정도면 제법 박진감 넘치는 인기 종목입니다. 몇 안 되는 탈거리들 중에 그래도 다 이용해 보이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은 아니더라고요. 


  놀이공원이나 대형 키즈카페와 같은 놀이시설을 둘러보면 재미있는 광경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같이 부모는 '우리 다른 것도 타 보러  가자'라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싫다면서 계속 저가 제일 좋아하는 것 하나만 타고 싶어 하지요. 싫증 날 때까지. 다른 친구한테 순서를 양보해야 할 때도.

  왜 그럴까요? 

  부모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주고 기왕이면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지요. 자유이용권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니던 시절을 생각해서일까요? 역시 하나라도 더 경험하는 것이 다양한 만족을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아이들의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같은 시간 동안에 내가  즐거워하는 것을 오래 이용하는 것이 더 많은 만족감을 주나 봅니다.  본인이 돈을 내지 않아서일까요? 역시 돈 걱정 없는 아이들은 합리적인 소비 따위는 생각할 필요 없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돈을 쓴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놀이시설에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이유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이겠지요. 사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이 무엇이건 내가 가장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 아니겠습니까? 영화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음악을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영화는 극장에서 한 번 밖에 보지 못하지만 음악은 구입한 시디로 두고두고 즐길 수 있어서 더 좋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돈을 쓴다면 영화보다 음악을 듣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다 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아, 그렇구나. 종일 팥 알갱이 가지고 노는 것이 가장 즐겁구나. 놀이시설 여러 개 이용하는 것은 결국 내가 '몇  개 이용했다'라는 수로 나의 만족감을 표시할 뿐이었구나. 내가 누리는 시간과 나의 기분보다, 내가 쓴 돈이 얼마나 잘 쓴 것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구나. 본전  생각난 것이었구나. 


  이렇게 또 아빠보다 나은 아이들에게서 배웁니다. 


  그렇지만 집에서도 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여기서도 가지고 노는 것은 아직 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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