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으니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
10대, 20대 초중반까지는 대부분의 사람이 한정된 목표를 바라보고 달린다.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주변에서 입을 모아 말하는 그 목표가 정답이라고 생각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하는 얕은 고민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20대 중반을 지나며 서서히 내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
나는 이럴 때 행복하고 즐겁구나, 나는 이런 순간을 참을 수가 없구나
나한테는 이것이 더 중요하구나,
나는 이것을 위해 이 부분은 포기할 수 있겠구나
고민의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정답이 없는 고민을 하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다수가 가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개척하려니
이것이 맞는 선택인가? 괜히 남들과 다른 길을 갔다가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단순하고 재미있지만 킬링타임에 불과한 것들에 자꾸만 자꾸만 손이 갔다.
딱히 좋아하는 주제도 아닌 유튜브 영상, 드라마, 유머 페이지 등등
재미를 좇으며 이 고민을 잊고 싶기도 했다.
고민에 대한 책임감을 더하고 싶어 올 초 모임을 시작했다.
나다움에 대해 글을 쓰는 모임이다.
답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에 허덕일 때면 본말이 전도된 것인가? 싶다가도
마감기한 덕분에 책임감 있게 고민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빠르게 나를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내게 주어진 주제는 '중요한 가치'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한 번 답해보셨으면 좋겠다.
Q1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성장, 배움, 책임, 도전, 변화
Q2 나는 그 가치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평생 해야 할 고민 중 하나는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모으고, 쓰고 하면서 남은 여생의 다른 선택지들을 고민하면 되겠지?
어렸던 나는 회사 안에서 무슨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낼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사용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다.
7년간의 경험을 통해 내게는 성장, 배움, 책임, 도전,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정적이고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보다 기뻤던 것은
회사 안에서 성장, 배움, 책임, 도전, 변화라는 가치가 실현될 때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회사에서 월급을 더 주는 것이 아닌데도 회사 안팎에서 그 가치들을 찾아 헤맸다. 그냥 그 순간 행복했다. 나는 그럴 때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그 가치들이 실현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던 때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회사를 나오기로 했다.
다들 그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두냐고 해도
내게 중요한 가치는 따로 있으니까
반대하는 이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다르고
내 삶이 그의 삶이 아니기에
나의 가치관이 확립되고 나서야
드디어 나는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
Q3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나의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혹은 앞으로 어떻게 이 가치들을 실현하며 살고 싶은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없는 곳에서,
그것들을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모두의 가치관은 존중받아 마땅하니 답답하다는 표현은 오만일 것이다.
정확히는 외로웠다.
나의 색을 드러냈을 때 유난, 잘난 체, 이상주의자처럼 느껴질까 조심스러웠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 모임을 찾아보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도 잔뜩 구독했다.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받고 동기 부여한다.
성장과 배움은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가치다.
성장과 배움이 있었다면 그것은 성공한 실패이다.
그래서 나는 이 가치를 우선한 삶이 설레고 기대된다.
배움과 성장을 통해 변화하고 내 도전에 책임지는 삶
이 삶에 실패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