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럴수도있지 Nov 18. 2020

밀레니얼이 바라는 워라밸

일을 안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 하고 싶은 것이다.

근속연수가 긴 회사에 다니다 보니 세대갈등을 여러 번 마주했다.

수직적인 회사인지라 표면적으로 갈등이 드러나진 못하고 대부분 소통 의욕 상실과 단절로 이어지곤 했다.

한 마디로 포기. 상대를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더 이상의 의견 피력도 포기한다.

약간의 소란, 긴장감 그리고 체념 뒤 찾아오는 고요함...


이 고요함을 과연 평화라 할 수 있는가?

아니, 번개와 천둥 사이 잠시 흐르는 적막같은 시간이다.

소통 단절이라는 돌멩이로 대충 막아둔 둑방은 결국 터진다.


필자 역시 소통 의욕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회사에서 실무자 의견 반영없이 업무 분장이 정해진 적이 있다. 과정도 문제지만 결과물 또한 특정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비합리적인 내용이었다. 상사-실무자 간 정보 비대칭이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총대를 매고 실무자들의 업무환경과 각자 진행 중인 업무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하나 따져가며 일하다가는 회사생활 못한다'라며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다. 필자의 표현 방식이 부족했거나 상사의 오랜 경험과 지식에 비해 시야가 좁은 탓에 의도한 바를 잘 전달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쉬웠던 것은 핀트가 다른 피드백이었다. 그 때 필자가 대화를 시도한 목적은 의견을 반드시 관철시키고자 함이 아니었다. 수 년 간의 회사생활을 하며 내가 알고있는 것이 다가 아니고, 내 뜻대로 일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란 것쯤은 알았으니까. 그저 상사들끼리 결정내린 근거와 배경을 들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대화'였다. 더 나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결과물 대신 이런 대화가 결정 전에 이루어져야 함에 공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윗 직급의 기성세대들이 '요즘 애들'에게 가지는 선입견들이 있다.

이기적이다, 책임감이 없다, 조직 내에서 심히 이해타산적이다, 손해보려 하지 않는다,


밀레니얼은 이런 선입견 속에서 조직 내 소통 의욕을 상실해간다.


대표적으로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해석하는 시선이 세대마다 다르다.

회사에 몸 바쳐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개념이다보니 '일을 중시 하지 않는 것', '야근 절대 안하려는 요즘 애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워라밸은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이 생활을 불쑥 불쑥 침범하는 것이 부당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시퇴근을 위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많다. 업무 상 필요한 야근이라면 어찌 무책임하게 외면하겠는가 다만 밀레니얼이 화가 나는 상황은 비효율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기존의 관행, 절차로 인해 불필요한 야근을 하는 상황이다.


'요즘 애들' 진짜 바라는 워라밸은 


일은 안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각종 성인교육 플랫폼에서 직장실무관련 강의들을 내 놓고 있다. 충분한 수요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네트워킹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개인의 자기계발을 넘어 회사 안의 비효율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절차들도 문제의식을 느낀다.

회사 역시 인적, 물적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밀레니얼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정 불필요한 절차라면 회사도 적극 나서 개선하여야 한다. 그러나 젊은 직원의 경험 부족, 좁은 시야의 문제라면,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직원들과 공유하여 공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만약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다면 기존 방식을 다시 한 번 의심해야 할 순간이다. 물론 밀레니얼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보지 못한 것, 알지 못하는 것은 없는 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꼰대'라는 편견에 얽히지 말고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편견때문에 의견이 곡해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의견을 직장 내에서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전략과 노력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수 많은 소통 의욕 상실의 순간을 겪겠지만 다양한 소통 전략을 구사하여 우리는 일을 안하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하고 싶기에 제안과 시도를 하는 것임을 알려야 한다.  


문제 제기한 개인을 반골 취급하며, 또는 대화를 포기하고 서로를 무시하며 문제를 덮어두었을 때 나아지는 것은 없다. 조직을 위한다는 변명하에 본인이 편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서로 색안경을 벗고 소통해야 한다. 둑방이 터지기 말에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