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연습
서툰 감정표현이라도 시작해 보는 노력
어릴 적부터 나는 참는 것에 익숙했다.
투정 부릴 대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유독 자존심이 강했다.
누군가와 경쟁구도가 되면 반드시 이겨야만 직성이 풀렸다.
어쩔 수 없이 지기라도 할 때면 혼자 베갯잇을 적시면 울분을 삭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힘들다 아프다 이런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강인하고 씩씩한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보니 더더욱 그런 표현을 아끼게 됐다.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는 힘들어도 안되고 아파도 안되는 거였기에.....
큰 아이가 열 살이 되고 나서야 뭐든 엄마가 해주길 기대하는 아이를 보며 나의 육아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타인의 감정, 더 나아가 엄마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 네가 화내면 엄마도 속상해."
"오늘은 엄마가 몸이 좀 아파. 그래서 오늘은 엄마에게도 휴식할 시간이 필요해."
"그렇게 흘겨보면 엄마 마음에서도 화가 나."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 눈물이 날 것 같아"
이렇게 엄마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더니 거짓말처럼 아이가 엄마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월경증후군이 있어서 힘든 날은 아끼는 인형은 건네주면서 아프니까 안고 자라고 양보해주고, 스스로 집안일도 돕는다. 가끔이지만 안마를 해주는 날도 있다.
엄마는 뭐든 다 해내는 로봇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이도 알게 된 것 같다.
엄마도 아픔, 슬픔, 힘듦, 서운함, 화남 등등 여러 감정을 가지고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친구들의 감정을 존중해주듯이 엄마의 감정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물론 말하지 않아도 이를테면 작은 표정 변화 라던가, 목소리의 떨림 만으로도 상대방의 아픔이나 슬픔을 알아채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분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내색하기 전까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철없던 시절엔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아냐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다투기도 하고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기도 했었다.
이젠 상대에게 내 감정을 알아주는 노력을 기대하기보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 노력을 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내가 방문을 세게 닫아서 엄마 기분이 나빴어??"하고 먼저 물어봐주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