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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걸 Feb 18. 2024

배우도 아니면서 연극하는 이유

연극으로 창업한 자의 이야기 

연극으로 창업을 했지만

연기는 안 해본 자를 아시나요.


그게 바로 접니다. 


학창 시절 연극영화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졸업 때 쯔음 살면서 한 번쯤은 무대에 서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차마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던 대학생 때의 저.

왜 그랬냐.  몇 가지 변명들이 떠오르지만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부끄러워서였습니다. 


그저 학점만 열심히 따며 조용히 학교를 다녔던 내가 연기를 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웃기게 생각할까. 남들의 웃음거리가 될 순 없어. 예나 지금이나 (지금 까지도) 저는 남의 시선을 꽤나 신경쓰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저는 마지막 학기에 대기업 인턴을 하며 취업의 길로 향하게 됐읍죠. 


그러다가 문득!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연기를 해봐야 한다! 하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사명감이 들어 일반인도 취미로 연기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햇수로 벌써 4년 전의 이야기네요. 그리고 지금은 그 플랫폼에서 연기보다는 글쓰기를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업에 있어서는 하고 싶은 것 보다 남들이 사고 싶은 것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고민입니다. 연기를 계속 해야할까. 하는 고민이요. 사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저는 제가 어떻게 할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우리 플랫폼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무대라는 낯설고도 두려운 공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설령 다리가 후덜거릴지라도, 자신의 언어를 내뱉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자신의 껍질을 깨고 알에서 나오는 작은 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연기가 잘하는 연기이든 못하는 연기이든 그 순간 만큼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응원하는 눈빛만을 보내게 되죠. 


무대 위 사람들은 어떨까요? 연기라 해봤자 학교 수업 시간에 짧은 장면 발표 따위나 해본 제가 하기엔 우스운 측면이 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낯선 무대에서 서로 눈 맞추고 호흡하며 서로에게 기댑니다. 그리고 또 서로를 응원하죠. 


이게 연기, 연극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잘은 몰라도 금새 그 사람을 이유 없이 지지하고 응원하게 되죠. 이거 사랑이죠? 네. 저는 오늘 12명의 사람들에게 빠졌습니다. 연기라는 것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는 기로에서 다시 조금 더 지속할 수 있는 연료를 얻은 느낌입니다. 사실 매번 그랬습니다. 이 연료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또 모릅니다. 그저 오늘은 오늘 무대 위 자신이기도하고 자신이 아니기도 한 존재로 뿌리 내린 12명의 사람들에게 한 없이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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