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타석, 꿈의 빠따

by 단단

나는 아들이 둘이고, 큰애와 현재 중2인 작은애는 열한 살 차이가 난다. 아들 둘을 키운 나름에 경험담이다.


​요즘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학원 몇 개에 보내고 나면 교육에 있어 부모 역할을 했다고 안심하곤 한다. 맞벌이부부들은 시간이 없기도 해서 그렇고, 옆집 철수, 영희네 따라 자의 반 타의 반 학원에 보내는 엄마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부모의 마음을 쓰기보다 돈으로 시간을 사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더 쓰는 것으로 방식에 대해 고민했고, 대단하게 물려줄 재산이 없다면,.. 부모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아이가 인생이라는 타석에서 휘두를 '꿈의 빠따'를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야구에 빗대자면 무수한 헛스윙과 안타, 번트, 때로는 병살타까지 직접 겪어보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진짜 인생이라는 정규시즌에 들어갔을 때 떨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미리 답례를 키워주는 것이라고...

​큰애는 중1 때 홈스쿨링을 통해 세 가지만 집중했다.

교육비용이 많이 들지 않냐 할 수 있지만, 두세 과목 학원비 정도면 충분했다. 방법은 고민하니 많이 있었다.


​1. 격투기 (무에타이, 레슬링)

중1 때 시작해 3년 후 세미프로로 데뷔했다. 2016년 청소년 국가대표(태국국제대회), 미국 서부 고등부 레슬링 대회 3위를 기록했다.


​2. 음악 (어쿠스틱 기타)

2년 만에 2016년 CBS 전국 청소년 실용음악대회 기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3. 영어 (미국 국무성 교환학생프로그램)

미국 공립고등학교에서 1년간 재학하며 회화가 가능한 수준을 갖췄다.


많은 부분을 아이와 함께 했다. 과정 중 수차례의 패배와 탈락의 경험들은 아이에게 분명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2인 둘째도 비슷하게 경험시키고 있다.

​1. 격투기 (주짓수, 권투)

주짓수 전국대회 초등부우승을 거쳐, 요즘은 복싱에 푹 빠져 있다.

​2. 음악 (색소폰)

전국 청소년 기악대회 3위

​3. 영어

학원을 보낸 적은 없지만 또래 중, 상위이다.


우리 애들이 나간 대회들은 거창한 게 아니다. 대부분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나갈 수 있는 평범한 대회들이다.


​중요한 것은 '대회를 준비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그 시간들이 아이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자산이다. 남들 눈에는 별거 아닌 대회인지 몰라도, 땀 흘려 준비하고 , 홀로 무대에, 경기장에, 서본 경험은 아이의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정규교육에서 벗어난 무모한 교육방법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 '인생'이란 투수가 던지는 다양한 구질을 미리 맛보게 한 것으로 만족한다.


​인생을 잘 사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다양하고 풍성해야 한다고 믿는다. 안타든 헛스윙이든 골고루 겪어봐야 나중에 진짜 자기 공이 왔을 때 제대로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헛스윙 한 번 안 해보고 타석에 들어선 아이가 어떻게 인생의 변화구를 버텨내겠나.


​그다음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부모가 배트 잡는 법과 휘두르는 법까지는 가르쳐줄 수 있어도, 타석에서 변화구의 공을 끝까지 보고 받아치는 건 결국 본인들 몫이다. 그간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들의 타율을 조금 더 올려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