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으면 터지고, 때가 되면 정리된다

곪으면 터지고, 때가 되면 정리된다

by 단단

태풍, 전쟁, 장마, 홍수, 그리고 코로나….
이들의 공통점은 무자비하다는 것이다. 닥치는 대로 날리고, 부수고, 휩쓸며 세상을 뒤흔든다. 당장은 끔찍한 상처를 남기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세상은 묘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놓지 않으면 바다는 썩고 만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야 도시의 묵은 먼지가 씻겨 내려가고, 홍수가 나야 파인 웅덩이가 메워지며 약한 지반이 드러나 보수할 기회가 생긴다. 즉,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세상의 '자정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인정하기 싫고 부인하고 싶지만, 인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 지금 우리가 편리하게 누리는 인터넷, GPS 등 대부분의 최첨단 IT 기술들은 전쟁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들이다. 고인 물이 썩듯, 인류도 정체될 만하면 위기를 통해 강제로 도약해 왔다.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떠오른다. 온갖 추악한 욕망과 타락이 극에 달했던 도시. 과연 지금 세상이 그때보다 덜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결국 그 도시는 멸망으로 '정리'되었다. 상처 부위가 곪을 대로 곪으면, 결국 터져야 고름이 빠지고 새 살이 차오르는 법이다. 우리 인생도, 작금의 시대도 이와 비슷하다.

요즘 세상을 보면 '혼돈' 그 자체다. 특히 남녀의 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그렇다. 남녀평등은 당연히 지향해야 할 가치지만, 지금은 그 도가 지나쳐 남녀의 구분 자체가 모호해지고 고유의 질서가 흔들리는 모습까지 보인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의 혼란스러운 풍경을 보는 듯하다.

차별을 하자는 게 아니다.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질서'와 '역할'이 있다는 말이다. 역사를 보면, 전쟁과 같은 생존의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리'되곤 했다. 평화로울 때야 네 것 내 것 없이 섞여 살지만, 막상 전쟁이 터지면 가족을 지키고 싸우는 남자의 본연적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태평성대에 무슨 전쟁 이야기냐 하겠지만,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는 엄연히 휴전 중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상이 지금 바로 그 '임계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가치관이 뒤섞인 이 혼돈의 시대를 누가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가 늘 그래왔듯, 때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태풍이 불어올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정화의 법칙은 세상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의 현재 삶이 정화가 필요한 단계인지를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지혜다.

건강을 예로 들어보자. 내 몸이 자꾸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가? 언젠가는 크게 터져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해야만 하는, 강제적인 '정리의 시간'이 오고야 만다. 아직 그 단계가 아니라면 천만다행인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미리미리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생활 습관도 마찬가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사람만 봐도 그렇다. 휴일이면 만사 제쳐두고 항상 누워서 TV만 본다. 세상 사람들 모두 건강 챙긴다고 운동에 열을 올리는데도, 한번 굳어진 습관은 참 무섭게도 바뀌질 않는다. 지금은 겉보기에 건강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는 예고 없이 '정리의 시간'이 닥쳐올 수도 있다. 짧은 인생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보람 있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들로 채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관계, 특히 가족이나 부부 관계도 그렇다. 사소한 트러블이 생길 때 "이러다 말겠지" 하고 묵혀두면 안 된다. 그게 곪아서 심각해지면, 나중에는 생각하기도 싫은 파국, 즉 원치 않는 이별이나 단절이라는 '정리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세상의 정화 작용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 그저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하지만 내 인생의 정화는 내 의지로 가능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꼴 나기 전에, 우리 네 식구는 각자의 삶에서 정리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있다면 스스로 정화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지는 시월드 뜨는 처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