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은 경험의 결과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노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늙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지난주 출장차 남대문 인근에 갈 일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도보로 이동하던 중 지하도를 지나야 했는데, 그곳은 여전히 노숙자들의 잠자리 터였다. 10여 년 전에도 보았던 그 풍경이 지금도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무리 중에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보기에도 병약해 보이는 노인들.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저 정도 연세라면 굳이 거기서 노숙하지 않아도 찾아보면 충분히 사회적 혜택을 받을 길도 있을 텐데 말이다.
아직 젊다면 그럴 수 있다. 인생의 풍파를 겪고 감당하기 힘든 충격에 잠시 방황하거나 노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인은 좀 다르지 않을까? 수많은 세월을 살아보고 겪어봤으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뭐가 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나이가 아닌가. 저렇게 무기력하게 노숙하는 모습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흔한 말이 (안 좋은 의미로) 떠오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분명 경험치는 늘어난다. 사람이라면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어제보다는 분명 나은 생각을 해야 정상이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남과의 비교도 중요하지 않다. 30대의 젊은이가 60대 노인보다 더 똑똑하고 나을 수도 있다. 다만 60대는 젊은이보다 나을 필요는 없어도, 적어도 '어제의 나'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 60년을 살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겠는가. 최소 소소한 성공도 맛보았을 것이고, 실패도 했을 것이다. 수많은 인간관계를 겪고, 가족을 꾸려도 봤을 것이며, 정권이 수십 번 바뀌고 정치인들의 공약 따위는 언제든 변한다는 사실 정도는 간파할 수 있는 '통찰'이 생길 만한 나이다.
그 세월을 온몸으로 통과해 놓고도 삶을 놓아버린 듯한 모습을 볼 때 씁쓸함을 느낀다. 나이만 먹은 노인이 될 것인가, 경험이 쌓인 어른이 될 것인가. 서울역 지하도에서 스친 풍경은 나에게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