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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효도 풍경

by 단단

나어린 적만 해도 우리네 전통은 당연히 '아들', 그중에서도 '장남'이었다.
집안의 대소사는 장남이 주관하고, 부모님 모시는 것도 당연히 장남 몫이었다. 대신 권리도 확실했다. 논이며 밭이며 집안의 굵직한 상속권은 장남에게 그야말로 '몰빵'해 주었고, 장남이 잘되면 그 덕으로 부모 형제 다 건사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니 며느리가 시부모 모시고 사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법'이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상속법이 바뀌어 아들이든 딸이든 똑같이 'N분의 1'이다.
예전엔 딸을 '출가외인'이라며 남의 집 식구 취급했지만, 이제는 출가해도 부모 재산에 대한 '지분'이 당당히 남아있다. 권리가 동등해지니 목소리도 커지고, 자연스레 역할도 바뀐 것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주위를 둘러보면 딸, 사위와 합가 해서 사는 부모님들이 상당히 많다.
솔직히 부모 입장에서도 며느리 눈치 보느니 내 속으로 낳은 딸이랑 사는 게 편하고, 딸 입장에서도 내 부모니 할 말 다 하며 사는 게 편하다.

재미있는 건, 이 과정에서 예전엔 없던 새로운 갈등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과거 드라마 단골 소재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전쟁, 즉 '고부 갈등'이었다면, 요즘은 장모와 사위의 갈등, 이른바 '장서 갈등'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던 말은 이제 옛말이다. 처가살이를 하거나 장모님이 육아를 도와주러 오시면서 부딪히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물론 며느리들이 겪던 시집살이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바야흐로 남자들에게도 눈칫밥 먹는 고난의 시대가 온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버젓이 자기 부모님이 계시는데도 처가 부모님을 모시고(혹은 얹혀서) 사는 아들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부터도 그렇다. 어머니는 다른 곳에 따로 계시는데, 처가 식구들과 어울려 놀러 가고 맛있는 외식을 할 때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장인 장모님도 당연히 내 부모라지만, 하하 호호 웃다가도 문득 홀로 계신 우리 엄마 생각이 나 왠지 모를 미안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참고로 나는 아들만 둘이다.
훗날 내 녀석들이 장가가서 남의 집 귀한 사위 노릇 하느라 쩔쩔맬 걸 생각하면, 또 우리 어머니도 지금 내 모습을 보며 그러시겠지만, 어쩌겠는가.

아들만 바라보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사위와 장모님이 대세인 세상, 아들 둘 가진 우리 같은 기성세대도 이 달라진 풍경에 적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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