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다 보면 좋아지는 마법

20. 계속하다 보면 좋아지는 마법

by 수현

엄마는 고집이 무척 세다. 나보고 매번 고집 세다고 하시는데 그건 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 것일 테다. 거기다 본인의 기준이 확고하다. 뭐가 좋다더라, 혹은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걸 꼭 지킨다. 우리에게까지 (반강제로) 권유한다.


어릴 때 다른 건 몰라도 건강을 위해서 꼭 하는 게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등산이었다. 나랑 언니는 초등학생 때부터 뒷산을 주 3회씩 다녔다. 왕복 2시간 꼬박 걸리는 거리였는데 문제는 암만 해도 적응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매번 산 중턱까지만 가겠다고 꼬셔서는 정상까지 굳이 갔다 오셨다. 산에 대한 악감정은 없었지만 엄마가 그럴 때마다 등산이 자꾸 싫어졌다. 그래도 산에 가면 공기도 좋고 머리도 맑아지고 건강도 좋아진다며 중학생 때까지 끌고 다녔다. 신기한 게 어릴 때 뻔질나게 다녀서 그런지 지금은 등산을 좋아한다. 히말라야 등산 가서 무릎을 다친 이후에 못 가서 그렇지 상태만 좋으면 가고 싶다. 가끔 산이 그립다.


몸에 좋은 음식도 빠지지 않았다. 어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양파즙이었다. 양파도 별로인데 삶아서 즙을 낸 건 비위가 아무리 좋아도 참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너무 먹기 싫어서 거부할 때마다 피가 맑아진다며 강요했다. 그 나이에 꼭 이렇게까지 해서 피를 맑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걸 무려 3달 정도 먹은 기억이 난다. 나는 늘 코를 막고 마셨는데 그래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지금도 양파즙은 싫어하지만 생양파, 볶은 양파는 식사 때 거의 매번 곁들여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채소이다.


엄마는 기본적으로 걸음이 굉장히 빠르다. 하루는 보폭 맞추기가 어려워 좀 천천히 걷자고 이야기했다. 그때 엄마는 '이렇게라도 운동을 해야지.'라며 속도를 늦추지 않으셨다. 그 덕분인지 나와 우리 언니의 걸음은 거의 경보 수준이다. 길을 걸을 때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아이가 싫어해도 꼭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좀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어린 시절 추억에 스며들듯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든다. 엄마의 선견지명이었는지 무의식적 전략이었는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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