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1층과 2층의 관계
내가 5살이 될 때까지 우리는 2층에 세 들어 살았다. 주인이 사는 1층에는 넓은 마당이 있었다. 그곳엔 나를 유혹하는 놀이기구 같은 흔들의자가 있었다. 내 나이 고작 3~4살쯤이었을 텐데 나는 눈치가 보여서 함부로 마당의 놀이기구를 탈 수 없었다. 매번 지나가면서 '저거 타고 싶다' 생각만 했다.
주인집에도 우리처럼 자매가 살았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우리가 '감옥'이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었다. 1층 집 자매와 2층 집 자매는 경찰 놀이를 하며 범죄자를 '감옥'에 가두는 놀이를 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2층 집은 우리 집에 속하는 공간이었다. 1층 집 자매가 '우리 집' 공간에서 노는 셈인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너네도 우리 집에 들어와서 노는데 나도 너네 집 마당에 있는 저거 갖고 놀아도 된다.' 그래도 왠지 자신감이 솟지 않았다. 딱히 누가 놀지 말라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나는 권력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엄마랑 1층을 지나가다가 주인집 아주머니와 마주쳐서 인사를 나눴다. 그때 나는 슬쩍 "엄마, 나 저거 타고 싶어."라고 작게 말했다. 엄마는 태연하고 당당하게 "타고 싶으면 타라."라고 말해 주셨다. 그 말은 나에게 권한을 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엄마와 아주머니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신나게 탔다. 그때의 그 알 수 없는 감정을 잊지 못한다. 그건 일종의 성취감이자 해방감 같은 거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1층과 2층의 관계를 알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