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엄마는 절약주의자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흰쌀, 현미, 검은콩 그리고 검은 쌀을 부었다. 씻고 좀 불리려고 놔뒀는데 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이 시커먼 건 무엇인가. 나는 혹시나 싶어 검은 쌀을 넣어둔 페트병을 들여다보았다. 병뚜껑에 틈이 생겨 있었고 안쪽에는 쌀벌레가 가득했다. 아까워서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씻어놓은 쌀부터 통에 든 것까지 다 버리기로 했다. 이 놀라운 발견(?)을 공유하고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아깝다며 어차피 쌀벌레는 먹는 게 쌀이니까 쌀이랑 같은 성분이라 괜찮다는 이상하게 설득되는 논리로 말씀하시며, 씻어서 벌레 제거 후 먹으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도 아까워서 씻은 건 그냥 먹을까 생각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그러면 버리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아깝다는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엄마는 정말 존경스러운 절약주의자이다. 아까운 건 절대 보지 못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엄마 같았으면 이 세상엔 쓰레기가 덜 나왔을 것이다. 엄마는 그중에서도 음식 남기는 걸 가장 싫어하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밥을 남기지 못하게 교육받았다. 다 못 먹으면 식탁을 떠나질 못했다. 물티슈도 아깝다고 쓰고 나서 버리질 않으신다. 물로 헹궈서 10번은 재사용하는 것 같다. 양말에 구멍 나면 꿰매서 사용하는 거야 많이들 그런다지만, 내가 중학교 때 산 옷까지 버리지 않고 리폼해서 입으시는 걸 보면 정말 아끼는 데는 도사인 것 같다. 화장품도 아깝다고 유통기한 지난 것도 그냥 쓰시는데 한 번은 기한이 2001년인 화장품을 발견하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도 엄청 아껴 쓰신다. 타이밍 맞으면 화장실 물도 한 번만 내릴 수 있게 하신다. 꼭 받아서 세수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까지 재사용하시는 건 기본이다. 공공재를 사용하실 때도 절대 펑펑 쓰지 않는다. (이거 말고도 감탄의 순간이 많았는데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한 번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 아껴요? 엄마가 어릴 때 지독하게도 가난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철도청에 다니셨는데 청렴결백해서 다른 건 일절 안 받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당시 월급으로 7남매를 키우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굶고 다닌 적이 정말 많았다고 하셨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뭐든 다 아깝단다. 그러면서 한 100억 정도 있으면 안 아낄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내 생각엔 엄마 수중에 1,000억이 있어도 습관적으로 아끼실 것 같다.
스웨덴의 소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어른들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세계의 환경을 위해 절약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존경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릴 때는 엄마 덕에 절약 정신이 투철했지만 혼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다 보니 느슨해졌다. 사람을,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한다고 늘 이야기하는데 자원을 무심코 소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지 않을까. 엄마가 입에 달고 사는 '아깝다'는 잔소리가 아니라 나를 치는 '돈오'의 순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