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왜 영화가 좋았는지 설명 대신 써요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조커'가 베니스 황금사자상까지 거머쥐어 화제다. 엄마의 영화 라이프는 내 담당이라 며칠 전 궁금하다 하셔서 예매를 해드렸다. 다녀오신 후에 너무 지루했다고 계속 시계를 봤다고 말씀하셨다. 며칠 후 엄마가 조커를 봤냐고 물으셨다. '엄마가 보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ㅎㅎㅎ'라고 답했더니, 하도 주변에서 다들 조커 조커 하길래 엄마만 잘못 본 건지 궁금하다며 보고 오라고 하셨다(옆에 앉은 여학생 둘도 재미없다고 투덜댔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개봉 첫 날 봤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오늘 드디어 보고 왔다. 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릴 때는 영화가 정말 exciting 하다는 뜻이다. 몇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았는데 특히나 드라마틱한 음악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쩜 이렇게 대범하게 쓰는지 음악 자체가 영상을 끌고 간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네 가지이다.
첫 번째는 JOKER 제목이 나올 때. 영화광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영화 많이 본 축에 속한다고 자부하는데 제목이 이런 타이밍에 이렇게 꽉꽉 채워서 나오는 경우는 처음이다. 카메라가 쓰러진 조커를 줌아웃으로 잡을 때 노란 색감의(기억이 맞겠지?) JOKER 제목이 화면을 채운다. 색감과 폰트, 뒤에 조커가 누워있는 모습까지, 조커가 조커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작점에 걸맞은 장면이었다.
두 번째는 대부분이 명장면으로 꼽는 계단 내려오는 씬. 다시 돌려보고 싶을 정도로 슬로모션과 음악과 움직임이 절묘했다. 약간의 뿌연 연기? 같은 효과도 적절했다. 일종의 쾌감과 함께 마음이 약간 아리기도 했던 장면.
세 번째는 조커가 머레이를 죽인 후 경찰차를 타고갈 때의 모습이다. 이때 Cream의 White Room 이란 음악이 나오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의 선곡이라 본다. 자신의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코미디였다는 아서의 언급대로 그가 조커로서 대범하게 행동할 때는 속 시원한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음악 진짜 잘 썼다 싶은 데가 한 군데 더 있었는데 금세 잊어버렸다... 흑)
네 번째는 마지막 장면이다. 병원에 갇힌 조커의 상담 후 뒷모습인데 발자국이 핏자국처럼 보여서 마치 상담사를 죽인 것 같은 암시를 보여준다. 햇빛이 쨍한 복도 끝까지 가서는 간호사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이 펼쳐지는데 이때 재즈가 흘러나온다.
엄마는 굳이 아서가 저렇게까지 행동했어야 했느냐, 그게 너무 답답해서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그는 정신질환이 있고, 폭동으로 분출되는 군중/시민의 울분을 좀 과장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캐릭터와 서사가 필수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보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마음이 쓰라리고 약간의 눈물이 나올 듯하면서도 쾌감 같은 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허무하기도 했다. 가장 쓰라렸던 이유는 영화 속 분노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책이나 해결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아서 씁쓸한 감정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조커'는 아서 플렉이라는 개인의 경험을 따라가면서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폭력적인지를 보여준다. 그 개인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을 테지만, 보편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먹먹해진다.
그가 머레이 쇼에서 했던 의미심장한 말이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며 그게 절대적인 것처럼 몰고 간다는 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