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가 가장 서럽지

#37. 서러운 건 노소 안 가린다

by 수현

몇 달 전 엄마의 손에 꿰맨 자국을 발견했다. 못 보던 거라서 이거 어쩌다 생긴 거냐고 무심히 물었다.

"칼에 벤 거. 피가 철철 나서 응급실 갔어."

응급실까지 실려갔었다는 이야기에 좀 놀랐다. 엄마는 원래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전화를 자주 한다 해도 바빠서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엄마가 굳이 전화로 이야기를 전하진 않았던 것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가 떠올랐다. 성인이 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새로운 거 투성이어서 외로울 틈이 없었다.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서 한 달에 한 번 연락을 할까 말까 했었다. 그땐 그랬다. 그래도 아파서 쓰러질 것 같을 때는 서러워서 울다가 엄마 생각이 날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떼쓰는 성격도 아니고 평소에 연락 안 하다가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 것도 어색해서 혼자 삼켰다. 더 서러웠다. 60 평생 그랬다고 해도 많이 아프고 힘들 때는 엄마도 서러웠을 것 같았다. 나이 들면 누구한테 엄살떠나 싶은 생각에 안쓰러웠다.


요즘엔 거의 매일 퇴근할 때 전화를 한다. 오늘 전화를 했더니 엄마 목소리가 좀 이상해서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편도선이 부었단다. 엄마가 겨울마다 감기에 걸리고, 특히 편도선은 간절기 때마다 붓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젠 자주 전화해서 엄마가 아플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줄 수 있어 좋다. 한 가지 마음이 쓰이는 건 멀리 있어 직접 케어를 못해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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