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어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 남자 주인공 용식이는 엄마에게 '오! 필승 코리아' 티셔츠 입지 말라고, 자기가 고등학생 때 산 신발도 신지 말라고 말한다. 자기가 더 이상 안 쓰는 옷을 엄마가 그렇게 닳고 닳도록 입으면 나중에 엄마 돌아가신 후 가슴에 대못이 박힐 것 같다고 말한다.
이걸 보면서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내가 중학교 때 산 옷을 리폼해서 입으신다. 버리기 아깝다고 집에서 입는다는데 그러기엔 '집에서 입는 옷'이 너무 많다. 엄마도 예쁜 새 옷 입고 싶을 텐데 딸이 그런 거 하나 신경 써주지 못하고 있다. 그 생각에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때가 많다.
7~8살 때 악몽 때문에 자다가 운 적이 많다. 그럼 늘 밤 12시쯤 일어났는데, 다행히 그때 엄마와 아빠가 깨어있었다.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 아빠 죽으면 어떡하냐고 그런 무서운 꿈을 꿨다고 울곤 했다. 엄마가 그렇게 먼 훗 날 일어날 일을 왜 벌써 걱정하냐고 하셨는데 내가 벌써 30대다.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어릴 때 무서워했던 일들이 현실이 될 때 나는 그 순간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한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평소에 내가 내는 짜증이,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말이, 너무 죄송하고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