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누구에게나 선택할 때의 기준이 있다. 자신과 타인의 기준이 충돌할 때, 그게 남이라면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배려하면 된다. 만약 가족이라면 어떨까. 경제관념, 절약 정신, 습관, 가치관 등 생활하고 결정하는 기준이 가족 구성원과 다르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약 10년 전 이모, 사촌언니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그때 사촌언니는 배가 안 고파 안 먹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모와 엄마는 그래도 뭔가를 좀 먹어야 한다며 (내가 보기엔 억지로) 먹으라고 했다. 사촌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정말 먹기 싫어했다.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언니가 싫다는데 굳이 그렇게 먹일 필요가 있었냐고. 엄마는 그래도 식사를 해야 든든하니까 끼니는 거르면 안 된다고 했다.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과 기준이 확고할 때 나와 충돌하면 상황이 불편해진다. 내가 원래 외모, 패션에 신경을 그리 많이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엄마는 나의 머리 스타일, 화장, 옷 등에 집착할 때가 있다.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된다는 고집. 과거에는 '내 삶이고 내 취향인데 존중해줄 수 없냐'라고 대들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웬만하면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따르려고 한다. 그런데 가끔 좀 과할 때가 있다. 그때는 하나의 독립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게 무엇이 되었든 거부한다. 그럴 땐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스타일로 하고 있어도 그냥 나인데 그걸 너무 싫어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