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노트 (1) 들어가며
심리평가의 틀로 환자/내담자를 마주할 때면 검사결과, 면담, 행동관찰에 기초해 문제를 분류하기에 급급할 때가 있다. 심리평가의 목적은 개인이 겪는 정신과적 문제의 배경을 객관적으로 파악 및 진단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소를 찾는 고객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자 한다. 심리평가는 그 정보를 주는 아주 효율적인 도구이고 삶의 안녕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불안정함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 찾아온 고객들에게, 나는 최소한의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렇기에 심리평가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평가자가 자아내는 언어/비언어적 자극들은 충분히 안전하고 따스했으면 한다. 심리평가도 약간의 치유적인 요소 한티스푼 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랄까? 다만 나 또한 진단의 틀로서만 평가를 대하는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어떠한 연유로 혼탁한 마음일 때면, 심리평가가 환자/내담자의 마음을 재단하는 것에서 그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간혹 ‘평가’라는 단어가 개념화된 나로서 기능하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을 일으키기도 해, 평가 업무 자체가 내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심리평가조차 ’평가‘라는 언어가 갖는 개념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삶을 온기와 따스함으로 대하려는 가치가 업에서도 비중 있게 발현되었으면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나타나는 내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삶의 만족감을 느끼고 생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를 위해 감수성이 고갈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사람과 환경이 내 보이는 유무형의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감수성을 의식적으로 발동하는 것은 경험에 대한 수용력을 높인다.
방법은 간단하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기술한다.
지금, 여기에서.
그리고 쓰고 싶을 때 쓴다.
‘감수성 노트’에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