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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메소드: 액티브 애날리시스, 행동 분석법

Active Analysis, 머리로 한 분석을 몸으로 연결하기

by 서제니


배우라면 누구나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떻게 연습하고 분석해야 하지?" 라는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기 워크숍을 들었거나 전공자라면 스타니슬랍스키의 기본적인 분석법—극의 배경, 인물 정보, 주어진 상황, 전사(前史), 인물의 목표, 장애물, 초목표(super-objective) 등을 정리하며 구체화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머리로는 대본을 이해했고 분석도 마쳤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어떻게 인물의 삶을 창조할 수 있을까?

순간순간 어떻게 숨 쉬고, 움직이고, 반응할 것인가?


이러한 과정에서 행동 분석이 빠지면, 배우는 결국 분석한 내용을 단순히 '묘사'하는 늪에 빠지게 된다. 마이즈너(Meisner)의 접근법이 "순간에 반응하기"를 강조하지만, 분석한 인물에 적합한 선택을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크다.


이 때 액티브 애날리시스, 즉 행동 분석법이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행동 분석법(Active Analysis)의 과정


행동 분석법은 신체적 접근을 통해 대사가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돕는다. 다음과 같은 순서를 반복한다.

1. 장면을 읽는다.


2. 주요 요소 정리

장면의 주요 사건(Main Event) 인물의 목표(Objective) 장애물(Obstacle)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Action)을 찾는다

3. 즉흥연기

이를 바탕으로 즉흥 연기를 한다.


1차 즉흥: 초반에는 소리를 내지 않고 진행하는 사일런트 즉흥(Silent Etude) 을 추천한다. 이 단계에서는 장면의 스토리를 따라가기보다는, 상대 배우와의 교류(Interaction)에 집중하며 장면의 에너지를 파악한다. 이를 그라스핑 (Grasp) 작업이라고도 부른다.

이후 점진적으로 변화를 준다.

2차 즉흥: 배우의 말(자신의 언어)로 즉흥 진행

3차 즉흥: 배우의 말과 대사를 섞어서 진행 (어떤 단어가 인상 깊게 남는지 확인

4차 이후: 대사의 분량을 늘려가며 자연스럽게 장면을 익힘


4. 되돌아보기 (Reflection)

즉흥 후 반드시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장면의 목표가 적절했는지, 내가 취한 행동이 타당했는지, 상대 배우의 예기치 않은 행동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한다.


되돌아보기 주요 질문 예시:

내 목표가 나에게 행동을 취하게 할 만큼 강력했는가?

내가 분석한 행동을 실제로 수행했는가?

분석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상대배우에게 반응했는가?

상대 배우의 반응 중 연기에 도움이 된 요소는 무엇인가?


이 과정을 통해 2번 단계(목표/행동 분석)를 수정하고 다시 즉흥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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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장면 분석


금요일 저녁, 술집 앞에서 두 친구가 언쟁을 하고 있다.

A: B가 자신의 생일날 일찍 자리를 뜨는 것이 서운하다.

B: 다음 날 중요한 상견례가 있어 늦게까지 있을 수 없다.


목표 & 장애물

A의 목표: B가 다시 술집으로 들어와 생일을 축하해주길 원함

B의 목표: A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길 원함


A의 장애물: B의 상견례

B의 장애물: A의 서운한 감정, 우정


행동(Action)

A의 행동: 설득하다, 회유하다, 밀어내다, 부탁하다 등이 될 수 있다.

B의 행동: 밀어내다, 달래다, 외면하다, 설득하다 등이 될 수 있다.







행동분석법을 활용한 즉흥에서는 배우가 상대 배우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장면 속에서 살아있는 연기(organic acting)를 찾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취할 때, 내가 머리로 계획한 대로만 연기하면 실제로 반응하지 않는 연기가 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행동분석법을 적용하면, 즉흥을 통해 상대의 행동에 따라 나의 행동이 변화하고 조정되면서 더욱 생생하고 진실된 순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액션을 즉흥으로 옮기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다면, 행동 분석법 Active Analysis 전에 내가 개발한 행동과 제스쳐 작업(Action & Gesture)을 하면 효과적이다. 다음 글에서는 미카엘 체홉 테크닉 (Michael Chekhov Technique)과 액셔닝 (Actioning) 기법을 활용해 행동을 찾고, 이를 몸으로 적용(Physicalising)하는 나만의 접근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Bella Merlin과 John Gillett, 그리고 Jean Benedetti의 책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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