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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ing Lab Mar 14. 2018

출발선에 서서, 목표점을 바라보다

코미디언 이주일
"콩나물 팍팍 무쳐냐?"

필자가 어렸을 적에 많은 사람들을 통해 이 문장을 들었다. 그리고 그 문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참 많이 웃었다. 그들은 상체를 신명 나게 흔들며, 게슴츠레 눈을 뜨고, 양 손은 우스꽝스럽게 흔들며, 과장된 비음 소리와 함께 “꽁나물 파팍 무쳐냐?”를 말했다. 이렇듯, 예전과 다름없이 요즘도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투를 따라 해서 주위를 즐겁게 하는 사람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인물을 보고 즉각적으로 모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분명 각 자만의 방법으로 연습 아닌 연습을 할 것이다.

그들이 특정 인물을 모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연기의 시작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 일이다. 브로드웨이 극장가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우리 테이블은 한순간 한쪽 테이블을 주목하게 되었다.



한 남자가 본인의 음식을 앞에 두고 웨이터에게 큰소리를 냈다. 그 남자는 본인이 힘들게 뉴욕으로 여행을 와서 이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본인이 시킨 음식이 본인이 원한 음식의 맛이 아니었다. 그는 이런 상황 자체가 불편하고 짜증 난다고 했다. 그를 상대하는 웨이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무척 당황스러워 보였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졌다. 쉽게 끝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단 5분 만에 그 일이 정리되었다.  


과연 무슨 일 벌어졌을까?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다른 웨이터가 여유 있게 그 테이블로 다가가 그 남자 손님과 이야기를 하려고 시도했다. 그 웨이터는 마치 그 손님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 손님이 원하고 있는 것 또한 다 아는 것처럼 보였다. 그 웨이터는 손님의 관점에 정확히 맞춰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손님을 위한 적절한 대처법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절대 건방져 보이거나, 버릇없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미소와 함께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그 테이블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필자가 보고 있자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상황은 필자에게 분명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웨이터는 단지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한 시민이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극장가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 일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이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 뉴욕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브로드웨이 극장가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인 것이다.

‘그 웨이터는 본디 웨이터가 아니고, 그가 웨이터 역할을 선택하고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주목하고 싶은 거다.

이번 일은 하나의 씬으로 생각할 수 있고, 그 씬에서 그 웨이터는 본인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해 완벽하게 인식했고 적응했다. 그리고 그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었다. 또한 그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었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완벽한 웨이터 역이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주위에서 이런 훌륭한 연기들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원하고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연기도 이러하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연기가 어느 특정 분야에 국한되어 사용되는 것보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연기 지식을 공유하여 그들이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비록 그 삶이 물질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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