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좋지 아니한가! 12 - 엘 찰튼

장엄한 피츠로이 트래킹

by 액션가면
latam12-1_조식.jpg
latam12-1_조식2.jpg

전날 많이 자서 그런가 잠을 좀 설쳤다. 밤새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오더니 아침엔 괜찮다. 역시 날씨 운이 좋다. 조식 먹으러 갔는데 마땅치 않아 대충 오레오 몇 개 주워 먹고 음료 한잔 마시고 나왔다. 이 가격에 조식까지 제공하는 게 어디냐며~

버스터미널서 출력한 티켓 보여주니 확인도장 찍어준다. 출력을 꼭 해야 된다는 안내 문구가 그냥 매뉴얼일 뿐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필요한 거였다. 이제 아르헨티나로 넘어갈 거니 칠레 돈이 필요 없어서 남은 칠레 돈으로 커피 한 잔 사 마셨다.

latam12-2_버스1.jpg
latam12-2_버스2.jpg
latam12-3_출입국2.jpg
latam12-3_출입국1.jpg

원래 8시 버스만 있었는데 예매할 당시에 8시 10분 버스가 추가로 생겼다. 8시 버스가 꽉 차니 다음 편을 하나 더 투입한 모양이다. 정각에 출발할걸 기대했지만 30분 지연 출발했다. 30분 정도 달려 칠레 출입국사무소 도착했다. 지연 출발한 건 앞 버스의 출국 심사 때문에 시간 조절한 거였다. 그래도 바로 하진 못하고 좀 대기하고 줄 서고 하다 보니 30분 정도 걸려 출국심사를 완료했다. 입국 때 받은 출입국 카드랑 여권만 제출하면 끝. 다시 버스 타고 5분 만에 아르헨티나 출입국사무소 도착했다. 여긴 대기가 좀 길다. 차에서만 40분 대기하고 외부에서 줄도 좀 섰는데, 막상 아르헨티나 입국심사는 도장도 안 찍고, 숙소 알려주고 끝났다. 출입국에만 거의 2시간 걸린듯하다. 중간에 에스페란자라는 곳에 세웠는데 뭐 간식 좀 시먹을까 했더니 아르헨티나 돈이 없다. 거지다.

latam12-4_터미널1.jpg
latam12-4_터미널2.jpg

11시 10분에 국경에서 출발 4시가 넘어 도착했다. 예정보다 2시간 반 딜레이 됐다. 버스 도착 예상시간은 그냥 거리에 따른 단순 계산인 건가? 출입국에 걸리는 시간은 제외하고 표시되나 싶다. 터미널에서 내려 본 엘칼라파테의 첫인상은 황량함이었다. 터미널 근처는 정말 뭐가 없다. 숙소로 가서 체크인하고 밥 먹으러 나가면서 환전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시내에 있는 레스토랑을 알려준다. 블로그에서는 어떤 빵집 2층에서 해준댔는데 이런 장소가 몇몇 있나 보다. 밥 먹으러 시내 돌아다니는데 동네가 너무 이쁘다. 집들도 이쁘고, 거리도 활기차고, 사람들이 여유 넘쳐 보인다. 이 아르헨티나의 첫인상이 그대로 쭉 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latam12-5_숙소1.jpg
latam12-5_숙소2.jpg
latam12-5_숙소3.jpg
latam12-6_환전1.jpg
latam12-6_환전2.jpg
latam12-6_환전3.jpg

환전하러 알려준 식당에 가보니 옆에 환전소가 있다. 어? 근데 잠겨 있다. 식당직원이 2층으로 올라가래서 가보니 골방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이것이 암환전! 은행보다 이게 환율을 잘 쳐준댔는데 이것조차 별로다. 암환전이라는 단어 때문에 뭔가 쫄아있다. 몰랐는데 뒤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발 한쪽을 뒤로 빼서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한 사람처럼 나왔다.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latam12-7_피맥1.jpg
latam12-7_피맥2.jpg
latam12-7_피맥3.jpg

생각해 보니 오늘 제대로 뭘 못 먹었다. 아침은 호스텔 조식에서 과자 몇 개, 점심이랄 것도 없이 버스에서 간식 몇 개가 다다. 저녁은 피맥을 하기로 했다. 피자와 파스타, 양고기 크로켓 시켰는데 버섯 크로켓도 서비스로 나온다. 오 여기 맛집이네. 서비스도 주고 너무 친절해서 기분 좋게 팁도 주고 나왔다.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기도 하고, 카운터에도 곰방대 같은 게 놓여있고 사람들이 돌아가며 빤다. 뭔가 하니 마테차라고 한다. 몇 년 전에 한국에도 팔던 그 음료 마테차이다. 본인들은 가족이라서 빨대하나로 셰어한다고 한다. 동네 한 바퀴 쓱 돌고 물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 동네 세탁방은 다 그냥 세탁을 해준다. 세탁기를 따로 쓰고 싶은데 그게 안됨. 결국 리셉션 세탁 서비스 이용하기로 했다. 큰 봉지 하나에 3만 원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처음 꽉 채워서 가져갔더니 그럼 세탁소에서 싫어한다고 묶을 수 있을 정도로 해달래서 빨랫감 몇 개 빼고 다시 맡겼다.



latam12-8_조식2.jpg
latam12-8_조식1.jpg
latam12-8_조식3.jpg

조식식당 고양이가 맞아 준다. 사람에게도 가까이 다가오는 약간 개냥이이다. 조식은 단출하지만 지난 숙소가 너무 부실했어서 상대적으로 너무 좋아 보인다. 토스트용 스프레드 중 둘쎄 데 레체가 있었는데 이게 진짜 맛있다. 남미에서 먹는 캐러멜 크림인데 중간중간 다니면서 파는 데가 있으면 한국으로 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토스트 두 조각에 커피 한잔하고 터미널로 향했다. 오늘은 엘찰튼 당일치기 트레킹하기로 했다. 가는 버스는 인기가 좋다는 깔뚜르 버스로 했는데 명성답게 차량 시설 좋고 좌석도 넓다. 가는 길에 아르헨티노호와 비에드마호가 멋진데 카메라엔 잘 안 담긴다. 눈으로 많이 보고 가자!

latam12-9_버스2.jpg
latam12-9_버스1.jpg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 뭐 없으니 터미널에서 간식 한 조각씩 사서 출발! 입장권 4만 5천 원! 우린 많은 코스 보지도 못하는데 너무 비싸긴 하다. 그래도 이걸로 내일 엘칼라파테 입장권 할인 된다니 그걸로 위안 삼기로 했다. 카드로 계산하는데 우리나라의 캐릭터 카드를 보고 귀엽다며 직원들이 돌려보고 사진도 찍는다. 이런 일이 여행 다니면서 몇 번이 있었다.

일단 가까운 카프리 호수를 목표로 가서 시간이나 체력 보면서 결정하기로~ 오르는데 장엄하다란 표현이 여기에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다. 산의 식생은 한라산의 그것과 꽤나 닮아있다. 두 시간 정도 걸어 도착한 카프리호수. 눈 쌓인 산 앞에 호수가 같이 있으니 이 조합은 틀림없다. 대신 해가 산 반대편이고 탁 트인 곳이라 바람이 세서 너무 춥다. 그래도 이 경치는 포기할 수 없지. 경치 보면서 간식 같은 점심 타임.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반대쪽으로 돌아 피츠로이 전망대 찍고 내려가기로 했다.

latam12-12_장관3.jpg
latam12-12_장관2.jpg
latam12-12_장관1.jpg
latam12-13_피츠로이3.jpg
latam12-13_피츠로이1.jpg
latam12-13_피츠로이2.jpg

내려오는 동안도 피츠로이는 계속 보이고 와 하는 탄성을 몇 번 냈지만 역시 공식 전망대는 이름 값한다. 바람이 세지만 꾸역꾸역 찍고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은 바람이 안 불어 안 춥고 거의 다 내려오니 덥기까지 하다. 입구 가기 전 갈림길이 있었는데 버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다른 코스 한번 들러 보기로 했다. 좀 가다가 돌아오는데 어? 마을 뒤쪽으로 길이 이어지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길로 공짜로 입장한다??? 이런 거였어? 난 정직했다와 티켓 기념품을 챙기는 걸로 정신승리를 하기로 했다.

latam12-14_하산2.jpg
latam12-14_하산1.jpg
latam12-14_하산3.jpg

추웠어서 뜨끈한 국물이 당겨 찾아보니 중국식 라멘집이 있다. 이 동네 물가가 너무 비싸 여기가 비교적 싼 편이다. 가보니 일식인데 인테리어 일부는 한국식이고, 테이블에는 베트남 스리라차소스가 있다. 혼란하다 혼란해~ 주방장은 음식을 글로 배웠는지 라멘도 아니고 라면도 아닌 음식이 나왔지만 추운데 따듯한 국물이라 나름 괜찮게 먹었다. 그냥 신라면 사다가 끓여 팔아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latam12-15_음식1.jpg
latam12-15_음식2.jpg
latam12-15_음식3.jpg
latam12-15_음식4.jpg

차 한잔 하려니 큰 길가는 커피 한잔에 만원이다. 한두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니 인테리어도 독특한 초코 가게가 있다. 싼 커피 찾아갔는데 가게이름이 초콜릿이니 핫초코를 마셔 보기로 했다. 오 여기 너무 안 달고 딱 좋다. 따뜻한 곳에 있으니 졸리다. 버스 시간 6시로 당길 수 있는지 터미널 가봤다. 아 내가 예매한 버스회사는 6시 버스 자체가 없다. 어쩔 수 없으니 동네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돌아보는데 피츠로이봉은 구름에 덮이기 시작했다. 좀 늦게 갔으면 봉을 보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여기도 엘칼라파테에서처럼 집들이 이쁘다. 내 드림하우스에 가까워 보이는 집도 있다. 심지어 그 집에 내가 좋아하는 차까지 세워져 있었다. 이 동네서 라면장사나 하며 살고 싶네. 7시 반 엘찰튼 출발해서 3시간 걸려 도착했다. 이 동네 해가 10시에 지는데 처음으로 어두울 때 숙소에 온듯하다.

latam12-16_복귀1.jpg
latam12-16_복귀2.jpg
latam12-16_복귀3.jpg


latam12-1_조식.jpg
latam12-1_조식2.jpg
매거진의 이전글남미! 좋지 아니한가! 11 - 푸에르토 나탈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