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좋지 아니한가! 5 - 쿠스코3

2025.11.26 가자 볼리비아로!

by 액션가면

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체크아웃하고 심야버스를 타야 해서 늦게 일어나려 했는데 일찍 깨버렸다. 체크아웃하기 전에 근처에 산페드로 시장이 있기에 잠옷바람으로 시장을 가봤다. 아직 연 곳이 별로 없어 폰초가게 하나 보고, 방심하고 선블록 바르기를 소홀히 한 친구가 얼굴을 다 태워먹어 선번크림 파는 약국도 봐뒀다.

숙소 가서 짐 싸고 다시 나왔다. 이제 다른 가게들도 좀 열어서 처음 봐둔 데랑 가격 비교를 하는데 처음 본 데가 가장 싸다. 숙소 근처는 관광지고, 한 블록 지나 게이트 같은 것만 지나면 시장이 나오고 현지 생활권인데 이 게이트 하나를 두고 임대료가 바뀌는 건지 대상 고객이 달라지는 건지 가격차이가 확 난다.


시장 안에는 카테고라이징이 잘 된 편인데 한쪽에서는 등교를 하는 학생들이 단체로 식사를 하고 있고, 한쪽 주스가게 라인 앞에서 살피는데 위생모 쓰신 분이 열심히 손을 흔드신다. 맛이나 가격은 다들 비슷할 것 같아 일단 위생모를 썼다는 점에서 깨끗할 것 같고, 팔려고 하는 의지가 보여서 선택했다. 생과일주스 2잔에 7천 원인데 퀄도 좋고 양도 많다. 나름 체계도 있어 과일마다 가는 방법과 컵이 따로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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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짐 맡기고, 카페테리아 가서 커피 한잔하며 아직 확정하지 않았던 이과수행 비행기와 숙소를 확정했다. 오늘 야간 버스라 뭐 많이 먹으면 안 될 거 같아 아점, 점저로 계획하고 11시쯤 밥을 주문했는데 12시가 다 되어 나왔다. 오히려 좋은 거 같기도 하다. 엠빠나다가 작아 보여서 두 개 주문했는데 하나는 친구에게 주려고 하는데 다 내 거라니 좀 당황해서 돼지가 된 거 같아 부끄러움을 느꼈다. 서빙하는 분 목에 한글로 '넌 잘하고 있어' 한글 문신이 있기에 한국을 좋아하는구나 싶어 단청 문양 손거울을 선물하니 엄청 좋아해 줬다. 나중에 찾아보니 페루에서 거울 선물은 남녀 간의 관심 표현이라서 약간 실수했나 싶기도 했다. 오 여기 음식 맛있다. 저번 피자도 그렇고 엠빠나다 먹고는 쿠스코 최고 맛집으로 선정했다. 4~5박 하면서 몰랐는데 여기에도 테라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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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많은데 날씨도 맑아 무작정 나가 보기로 했다. 유적지 몇 개 훑어보고 근처 카페 가서 아이스커피 주문했는데 샤케라또 같이 나온다. 여기 와서 커피 맛이 없어 좀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커피 제대로 하는 곳을 찾은 것 같아 좋았다. 비가 오기 시작해서 결국 다시 숙소 휴게실로 와서 일정 얘기 좀 더 하고 각자 쉬기로 했다.

책도 보다가 게임룸에서 포켓볼을 치는데 스핀을 안 줘도 공이 휘는 마법의 당구대이다. 큐의 고무도 다 닳아서 없어질 지경. 원래 잘 못 치는 사람들이라 그래서 더 재밌게 친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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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버티는 것도 지루하고 10시 버스인데 여유 있게 일찍 가기로 했다. 비가 살짝살짝 온다. 장을 최대한 비우려고 적게 먹는데 노점의 카스텔라가 맛있어 보이는데 친구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앞서가다가 돌아봤다. 멈춰 서고 주문하려는데 다른 손님이 도와주려는 듯 보인다. '도스 빤 뽀르 빠보르' 내 에스빠뇰이 어설픈지 웃는다.

30분 정도 걸어서 페루에서의 종착지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우와 도떼기시장이다. 버스회사가 엄청 많은데 뭔가 뿌에르또 뿌에르또 뿌에르또를 외친다. 아마도 푸에르토 말도나도행 티켓을 판다는 말인 것 같았다. 트랜스젤라 가서 예매해 둔 표를 보여주고, 실물표로 받고 짐 체크인도 받아주니 어깨가 가벼워 좋았다. 터미널세 1.50 솔까지 내니 표 뒷면에 영수증을 붙여준다. 이 영수증으로 터미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


버스 기다리는데 현지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이게 무슨 일? 주위를 보니 아시아인이 우리 밖에 없다. 다들 십 대인데 아시아인을 처음 봤나 싶다. 사진 찍고 달고나를 주며 꼬미다 코레아노라고 하니 조금 있다가 다시 왔다. 내가 스페인어 아는 줄 알고 좀 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보다. 번역기 써가며 대화 좀 나누고 헤어졌는데 버스 타는 곳에서 계속 보여 손을 여러 번 흔들었다.

좀 기다리다가 버스 탑승했는데 생각보다 좋다! 뒤로 많이 젖힐 수 있고, 다리받침도 있어 꽤나 편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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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는 관광지 빼고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친절, 매연, 테라스였다. 치안 걱정했는데 문제없었고, 사람들도 다 친절했으며 화장실도 깨끗했다. 교통체증이 심한데 차들도 연식이 오래돼서 시내에선 많이 좀 답답했다. 고대 유적도 다 테라스가 대표적이었는데 카페나 식당들도 테라스가 있음을 주요 매력포인트로 내세웠고, 일반 가정집에도 테라스가 꽤나 많이 보였다. 이동이 좀 고색스럽고, 약간의 고산병증세도 있었지만 충분히 재밌었고 언젠간 다시 가도 괜찮을 거 같았다.

이런 곳을 이제 떠나고 다시 미지의 곳 볼리비아로 떠난다. 버스에서 잘 잘 수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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