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LASS 연재글입니다.
12월 31일, 다가오는 새해에 바라는 것 모두 잘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이 휴대폰을 울린다. TV에서는 생방송으로 연말 시상식을 하고, 12시 정각,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10여 분간 돼지띠 연예인을 한 명씩 호명하며 시간 끌기 중이다.
땡, 땡, 땡.
보신각의 종소리가 전파를 타고 우리 집에도 도착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제와 오늘, 해는 똑같이 뜨고 지고, 하루 24시간도 똑같은데 우리는 왜 유독 12월 31일과 1월 1일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할까? 속상한 일, 슬펐던 일, 화가 났던 일을 담고 사는 마음이 버틸 수 있는 최대치가 1년이라는 기간일까? 짊어지고 가던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가볍게 만드는 의식이 있어야, 또다시 인생을 걸어가볼 만한 힘이 생기기 때문일까? 종소리, 시계 소리, 공기청정기의 팬 소리, 어쩌면 오랜만에 한 격렬한 운동이 교감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만약, 매일 12월 31일과 1월 1일을 살 듯 행동한다면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2017년, 건명원(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인문 과학 예술 혁신 프로그램. 나는 ‘나와 세상을 공부하는 곳’으로 정의했다)에서 1년간 수학했다. 그 당시 면접에서 받은 질문과 대답은 인생을 살며 계속해서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이자 나의 소명이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가 원한다면
그리고 방법을 안다면
나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한지 20대 이후로 계속 실험 중이며, ‘그럴 수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왜냐하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은 쉽기 때문이다. 매월 1월 1일을 맞이하듯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고 12월 31일 자정을 맞이하듯 하루를 돌아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진리는 가까이에 있지만 보이지 않고, 정답은 쉽지만 행하기 어렵다. 이것이 인생의 가장 큰 아이러니가 아닐까. ‘그럴듯한 이야기를 내뱉는 사람’은 많지만 ‘진짜로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일은 늦다. 오늘, 바로 지금 시작해야 내일도 갈 수 있다.
나는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열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이고, 칠칠치 못한 나는 그 소중한 것을 들고 다니다 잊어버릴 것이 뻔하다. 대신, 한 해가 시작되면 하얀 A4 용지에 질문을 크게 하나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는다. 대부분의 질문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어쩌면 내가 닿지 못할 질문이다. 예를 들면, ‘평범한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할까?’ ‘나무늘보처럼 게으르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도,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적게 일하며, 혹은 내가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것들이다. 나의 상상력 부족으로 로켓을 개발하여 어디까지 쏘아 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아직까지 해보진 못했다.(더욱 분발!)
매일 아침 질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답을 구하기 위해 고민한다. 어떤 날은 ‘아, 도저히 모르겠군!’ 머리를 긁적이며 놀러 나가는 날도 있고, 돌아오는 길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집에 굴러다니는 종이를 하나 붙잡아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적는다. 그 종이는 컴퓨터 모니터 옆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가, 미션을 클리어하면 꾸깃꾸깃 동그랗게 말아 쓰레기통으로 던져진다.
어떻게 하면 매일을 12월 31일과 1월 1일처럼 만들 수 있을까. 다음은 내가 발견한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아침저녁으로 ‘다짐을 할 수 있는 작은 틈’을 가지는 것이다. 가령 출퇴근길에 ‘내가 바라는 이것을 위해 오늘 이것 하나는 해봐야지’라는 간단한 미션을 만들어보는 거다. 복잡한 출퇴근길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모닝응가를 하는 나만의 프라이비트하고 조용한 시간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정거장 앞에 내려 산책하듯 걷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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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고
내가 가진 장점으로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다면
실행력 연구소, 액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