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LASS 연재글입니다.
누군가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멋진 하루를 살아봐야 한다.
며칠 전부터 현관문이 밥 달라고 삐-약거리더니 이제는 쌔액- 앓는 소리를 낸다. 이제 정말 바꿔야 할 시간이다. 곧 영업 정지를 신청할 것 같은 도어록을 위해 1.5볼트 건전지 네 알을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 응? 편의점이 할인 마트보다 두 배나 비싸다는 것을 발견해버린 동공이 흔들린다. 그러나 ‘흠, 이 더위에 나를 고생시킬 순 없잖아’ 생각하며 쿨하게 카드를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다 멈칫…. 회사를 나온 후 난 나 자신에게 인색해졌다.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폭염에도 1000원을 아끼기 위해 10분을 더 걸어 할인 마트를 찾았다. 더 갖기 위해서 시간과 자유를 포기했던 그 순간을 다시는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에 최소한을 소비하고 소유하며 사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그런 내가 조금씩 바뀌어간다. 내 친구 수미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스스로 선물했을 때, 나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도 삶의 마지막 순간 네 평짜리 통나무집에서 인생을 반추했다는 멋진 이유를 핑계 삼아, 한여름 방 안에 빨래를 널어두면 발 디딜 틈도, 숨 디딜 틈도 없는 작은 우주에서 콧잔등에 맺힌 소금 짠내를 핥아가며 활자와 씨름을 벌였다.
노란 망고, 한우스테이크, 노르웨이 훈제연어, 아보카도, 페퍼잭 치즈… 지지리 궁상맞아 보이는 나에게 수미는 이따금씩, 좋아하지만 이제는 감히 집어 들지 못할 식재료를 선물했다. 마트 장바구니가 집 앞에 도착했을 즈음, 시크하게 울린 문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맛집이 되려면 음식도 맛있어야 하지만 서빙하는 주인의 표정도 밝아야 하는 것처럼, 좋은 글을 쓰려면 작가의 기운이 밝아야 해. 언니의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어느 순간 잭팟이 터졌을 때를 대비한 투자이니 전혀 부담 갖지 말고. 경제학과 나온 여자의 현명한 결정이니까.”
나는 투자자의 아웃풋을 위해 내 기분을 잘 챙기려고 노력했다. 밥 한 끼를 먹더라도 정성스럽게 예쁜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내고,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이것을 소비해도 되는지 계산하는 나에게 ‘나는 이 모든 것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녀는 내가 인생의 변곡점 위를 헤매다 어딘가에 걸려 넘어질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을 해왔다. 용건은 크게 두 가지다. ‘놀러 와’와 ‘놀러 가자’. 나는 그게 무엇이든, 좋다고 응답했다. 수미가 부르는 곳에는 언제나 늘 좋은 것, 멋진 것, 감히 내가 해보지 못할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접 받는 느낌을 알아야 대접할 수 있다’ ‘콘텐츠(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일수록 높은 수준의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그녀에게서 배운 것들이다.
이번에는 나를 방콕으로 불렀다. 수완나품국제공항에서 만난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망고주스를 건네며 이번 테마도 기대하라고 했다. 우리는 오랜 역사가 깃든 빈티지한 호텔과 도심 속 최신식 호텔에 번갈아 머무르며 룸서비스로 조식을 먹고, 야외 수영장에서 선탠을 즐겼다. 낮에는 길거리 마사지 숍부터 전문 마사지 숍까지 각기 다른 가격대의 가게를 방문해 서비스 제공자의 한 끗 차이, 예를 들면, 특별히 케어 받고 싶은 부위가 있는지 설문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 서비스 격차를 만들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새로 생긴 쇼핑센터를 방문하거나 젊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놓은 마을을 찾아가 최신 유행을 흡수하고, 해가 지면 낮보다 더 밝은 태국의 밤을 스카이라운지에서, 때로는 강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며 그 순간을 탐닉했다.
밤이 깊어간다. 나는 지금 태국의 상류층이 즐겨 찾는다는 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 스테이지를 가득 채운 흑인 여가수와 그녀의 트리오가 재즈 연주를 막 시작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의 목소리에 몸을 맡긴다. 향긋한 시가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나는 이 순간 나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그러자 내가 나에게 묻는다. 그 제안을 위해 너는 나에게 무엇을 먼저 줄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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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고
내가 가진 장점으로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다면
실행력 연구소, 액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