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퇴사 생활 01
+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액션건축가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지금' 시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험을 시작한 지 1329일째,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불속이 다른 날보다 더 포근하다. 나무늘보처럼 한참을 꼼지락거리다가 일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즈음 몸을 일으켰다. 늘 가는 카페에 들러 우유 거품이 가득한 라테를 주문했다. 나는 그것을 차분하게 입으로 가져가며, 비가 공중제비를 돌다 바닥에 부딪쳐 흩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
글이 쓰고 싶어 졌다. 마침 ‘슬기로운 퇴사 생활’을 주제로 한 칼럼의 마감일도 다가온다. 세상에, 내가 칼럼을 쓰게 되다니. 꿈에는 심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원하는 것이 진해지면, 그것을 바라는 심장 소리도 커진다. 북처럼 울리는 그 소리를 듣고, 길을 잃은 행운이 찾아온다. 지금 내게 칼럼니스트 자리가 찾아온 것처럼.
4년 전 가을, 나는 퇴사를 했다. 그것도 남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삼성이라는 대기업을. 무서운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가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전문직 자격증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마음이 이야기하는 대로 살아보는 것, 그것이 내가 퇴사를 선택한 이유였다. 헤맬 것이 분명했고 성공 확률은 매우 낮아 보였다. 게다가 주변에서 들리는 소문들, ‘바깥은 전쟁터다. 배가 덜 고파서 그렇다. 결국 후회하게 될 것이다’ 식의 이야기는 단전에서부터 겨우 끌어모은 용기를 짓밟기도 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모른 채 살다가 인생이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은, 시도한 무언가에 실패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했다. 오늘을 살아 있는 것처럼 사는 것, 그것조차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거라면, 인생의 모든 시간 중 최소 1할은 나답게 살아본 기억을 가지고 세상을 떠나는 것, 그것뿐이었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살아라
명언에 밑줄을 그으며 부러워하는 삶에서 벗어나, 마음이 이야기하는 대로 살아보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미션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지난 30년간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본 적도,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찰싹 붙어 도무지 떠날 생각을 않는 소심함까지 가세해 나를 괴롭혔다. 첫 실험 기간으로 정한 3년 중 6개월은 불안함을 가득 안은 채 지나 보냈다. 이럴 줄 알고, 5년이나 퇴사를 준비하며 36개의 프로젝트와 12개의 직업을 가져봤건만, 바보 같은 성격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무서워하며 많이 울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두려움에서 도망치지 않고 마음대로 살아봐’ 티켓이 허용한 3년이라는 시간을 모두 사용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는 점이다. 조급함을 누르고,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기다린 덕분에 오늘도 출근 없는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음의 소리가 이끄는 삶이 주는 선물은 굉장했다. 두려움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자유와 여유가 찾아왔다. 가장 고무적인 일은 첫 실험 기간에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은 덕분에 마음 가는 대로 살 수 있는 기간이 무한 연장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많은 일을 하는 대신, 꼭 필요한 것만 하고 나서 기다리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서 애를 쓰는 일도 줄었다. 신기하게도 몸에 힘을 빼면 뺄수록,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고 인생의 통제력도 커졌다.
하지만 ‘슬기로운 퇴사 생활’에는 이런 결과론적인 이야기보다, 삽질 가득했던 성장 과정을 가감 없이 담고 싶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이 정도는 나도 해볼 수 있겠는걸’ 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 말이다. 고개를 들어 책상 앞 창가에 빼곡히 붙은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나로 사는 연습을 시작한 후, 부닥쳤던 문제들과 해결을 위한 질문과 대답이 햇살에 반짝였다.
탑클래스에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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