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국내 최초의 워터파크인 '케리비안베이'가 문을 열었을 때 이름이 참 생소했습니다. '캐리비안베이'라니 그게 어디인고... 알고보니 머나먼 아메리카 대륙에 접한 '카리브해'를 뜻하는 것이었어요. 위치를 알고나니 더 알쏭달쏭했지요. 왜 이렇게 멀고 생소한 바다를 가져다 이름을 지은 걸까...?
그런데 멕시코에 가서 카리브해를 직접 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온갖 파란 색을 품은 열대의 바다와 하얀 모래로 뒤덮인 기나긴 해변... 더위를 날려줄 바다 중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더군요. 게다가 여름 휴양지의 이상향을 구현해 놓은 장소가 카리브해에 있었어요. 바로 칸쿤(Cancun)입니다.
칸쿤은 'L'자 모양의 길쭉한 산호섬 위에 세워진 휴양지입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고기잡이 배나 어슬렁거리던 어촌마을이었지요.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면서 지금은 세계 유수의 호텔들을 전부 만나볼 수 있는 '꿈의 해변'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인에게도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더군요.
칸쿤의 가장 큰 매력은 에메랄드빛 바다입니다. 카리브해의 바닷물은 색깔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유혹이지요. 물에서 놀다보면 파랗게 빛나는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고 싶은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죽음을 부르는 세이렌의 노래소리 같다고나 할까요... 바다에서 한바탕 놀고 나면 새하얀 해변에 몸을 누입니다. 파도에 부서진 산호조각으로 가득한 모래사장은 실로 눈이 부시지요. 그렇다고 눈을 감고 잠들지는 마세요. 칸쿤의 태양은 금새 살을 태워버릴 만큼 강렬하니까요. 제일 좋은 방법은 호텔 건물이 만들어주는 그늘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때리는것입니다. 멕시코에는 코로나를비롯한 다양한 현지 맥주가있으니 사양말고 맘껏드셔보시길.
칸쿤은 멕시코 땅에 있지만 결코 멕시코스런 곳은 아닙니다. 아마 멕시코 안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일 거예요. 특히 해변의 호텔존은 미국인을 비롯한 이방인들로 넘쳐나고, 밤이면 코코봉고와 같은 나이트클럽이 불야성을 이루지요. 칸쿤을 다녀온 후에 '나 멕시코에 갔다왔어!'라고 자랑하면 비웃음을 사기 쉬워요. 칸쿤은 멕시코가 아니라 '카리브해'에 자리한 이상향인 셈이거든요.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마세요. 칸쿤에서 몇 시간만 차를 타고 나가면 '멕시코스런 것'들이 산재해 있으니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야유적 중 한 곳인 치첸잇사(Chichenitza)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유적은 약 1,500년 전에 지어졌습니다. 사진의 피라미드는 '카스티요'라고 불리며, 높이가 30m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입니다. 유적에 대한 학술적인 내용을 늘어놔봤자 금새 까먹을테니 멕시코의 원주민이 마야의 후손이라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마야인이 이처럼 크고 정교한 피라미드를 만들 정도로 우수한 문명을 지닌 민족이었다는 것도요.
당신은 유적 따위는 관심 없고 그냥 바다에서 놀고만 싶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런 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곳만 소개하지요. 칸쿤 남쪽에 툴룸(Tulum)이라는 마야유적이 있습니다. 또 유적이냐고 투덜대지말고 일단 들어보세요. 이 유적의 가장 큰 특징은 해변을 따라 지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카리브해를 즐기면서 마야유적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바닷물에 둥둥 떠서 유적을 바라보노라면 천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야시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칸쿤의 현대식 호텔보다야 예스런 마야유적을 배경으로 즐기는 물놀이가 훨씬 낭만적이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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