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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이당주 Nov 04. 2015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안정희 지음, 중앙북스

지인이 책을 냈다. 나한테 사인한 책을 선물했는데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다.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여행지에 대한 짧은 감상을 모은 에세이다.

아무리 지인이라도 평가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나도 인간이다. 사심을 피할 수 없다. 최대한 사심이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간단히 소개하련다.


책을 감싼 커버를 벗기면 아래 사진처럼 일러스트가 인쇄된 포스터가 나온다. 특이하다.
책의 시작은 마크 트웨인의 아포리즘이다. 글 여기저기에 여행지와 관련된 책소개와 인용이 실려 있다.
사진은 글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크기로 실려 있다. 현재 내전이 한창 진행 중인 시리아에서 만난 아기란다.
가끔씩 여행지를 그린 몽환적인 일러스트도 등장한다. 기차에 탄 거대한 여인이 내 지인이다.


책을 읽다가 '어느 힌두의 죽음'이라는 글이 가슴을 울렸다.

나딤은 죽음이 임박한 아버지를 모시고 바라나시로 향한다. 힌두교 의식에 따라 임종을 준비하던 중 아버지가 숨을 거둔다. 나딤은 아버지의 시신을 갠지스 강가에서 불태운다.


저는 아버지의 몸을 강물에 적셔 장작더미에 올렸습니다. 아버지의 영혼이 안녕하길 기원하며 불을 붙였습니다... 불이 머리 부분에 이르렀을 때 저는 긴 대나무 장대로 아버지의 머리뼈를 깨뜨렸습니다. 그곳에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아버지의 영혼을 해방시켜 천상으로 보내드린 거죠... 화장을 마치고, 강에서 목욕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들의 입장에서, 아무런 감정 표현 없이 담담히 사실을 읊어나가는 나딤의 이야기가 애잔하게 다가왔다. 갠지스 강가의 화장식을 소개한 글을 여럿 봤지만 고인을 보내는 아들의 시선에서 풀어낸 글은 처음이었다. 이제야 바라나시에서 봤던 충격적인 화장식의 의미가 가슴으로 느껴졌다.

이처럼 사물을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사색을 위한 중요한 팁이다. 여행지와 사색을 묶은 좋은 책이다. 사심 듬뿍 책소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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