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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May 11. 2024

내가 면접에서 울컥한 이유

타인을 통해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경험


1. 부모가 되기 & 회사의 사장이 되기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말이 있다. 역지사지란 말이기도 하고 나를 키우던 부모의 마음은 내가 반대입장이 되어 봐야 안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 자주 듣던 '듣똑라(최근에 종방을 했다)'라는 팟캐스트에서 진행자 중 하나가 이 말을 조금 자세하게, 혹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풀어서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직접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나를 낳고 키우던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은 물론이고 어른이 돼서 잊고 있었던 내 어른시절의 나를 다시 기억하고 돌아보고, 또 치유받는 그런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회사의 사장, 혹은 대표가 되는 것도 비슷하다. 18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작은 회사를 자주 다녔고 회사의 사장, 대표를 근거리에서 본적이 자주 많다. 이제 내가 작은 회사의 대표가 돼서 10~15명 정도의 인원을 꾸리면서 나보다 10~20살 어린,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직원들을 뽑고 같이 일하면서 나는 20년 전 사회 초년생의 나를 돌아보고 또 어떤 면에서 치유받는다. 


2. 내가 면접에서 울컥한 이유

얼마 전에 새로 뽑을 직원들의 면접을 보았다. 그중 여럿이 다른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좀 하다가 조금 늦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어 했고 내 예상보다 훨씬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했다. 면접을 보다가 갑자기 속으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들은 아래와 같았다. 


-내가 운영하는 대단할 것 없는, 작은 회사에 열성적으로 지원해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20%

-어쩔 수 없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무경력자, 취준생, 청춘의 터널을 지나는 이들에 대한 연민: 40%

-그리고 그들을 보고 떠오른 내 과거의 대한 자기 연민: 20% 정도

-그리고, 위의 모든 것을 통합한 모두에게 공평하고 각자에게 불공평한 우리 모두의 커리어, 일, 사회생활이란 것에 대한 경외감: 10% 

-영화 머니볼이 생각나서.. 그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또 생각나서: 10%



3. 결국 이것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

영화 '머니볼'의 빌리빈은 야구 구단의 단장으로서 새로운 가설을 만들고 숫자와 데이터와 기반한, 한편으로는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경영을 한다. 그리고 매 순간 자신이 하는 선수의 능력 극대화, 팀최적화, 경영효율화의 모든 순간에 '인간'이 있음을 깨닫고 어느 순간은 감동하고 어떤 순간은 죄책감을 느끼고 또 어떤 순간을 센 척을 하고 어떤 순간은 아이처럼 어쩔 줄을 모른다. 


(영화와 현실에서 빌리빈에 의해 포수에서 1루수로 커리어가 바뀐 Scott Hatteberg. 배우는 크리스 프랫)


그도 결국 '사람'이고 누군가에는 '을'이고 약자이고 보잘것없는 인간일 뿐이다.  


4. 타인을 통해 나를 돌아본다는 것

타인을 통해서 나를 돌아본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반성하고 발전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식으로 감동하고 삶 자체에 감사할 수도 있다. 그 발현은 내 혈육이든 내가 키우는 고양이든 게임 캐릭터든, 동료 직원이든 뭐든 될 수 있다. 


5.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

권한의 크기만 다른뿐 채용의 영역에서 내가 가진 선택지, 권한은 본질적으로 빌리빈의 그것과 같다. 그 행위와 거기에서 오는 결과는 대단할 것 없어서 야구 티겟과 맥주와 핫도그를 팔거나 엑셀의 숫자를 고치거나 여기 있는 돈을 저기로 옮기는 시시한 것이다. 그냥 의미 없는 게임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게임이 뭐라고 오늘도 그걸 잘하고 싶어서 하루 종일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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