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면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하찮게 보는 법
얼마 전 일로 만난 다른 회사 대표님의 카톡 프로필에 멋진 말이 있었다. 나랑 같은 '작은 사업'을 하는 대표라고 하기엔 경험과 연륜, 그리고 성공의 경험까지 모두 갖추신 분이었다.
'스트레스에 관한 건 기록으로 남겨야지 기억으로 남기면 상처가 된다.'
예전에 책에서 본 건데 실제로 아픈 환자들이 자기의 통증과 고통에 대한 걸 글로 쓰기만 해도 실제 고통의 30%가 경감된다고 한다. 이것이 내가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다. 내가 마주한 알 수 없는 거대한 세상과 나약한 나, 그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잠깐 시간을 내서 20분 정도 글이라도 쓰고 있으면 30%는 아니어도 15% 정도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업은 본질적으로 리스크와 위험을 직시하고 맞서는 행위다. 겉으로 보기에 무난하게 성장하고 있거나 갑자기 대박이 난 회사도 그 안에서 대표는 하루에도 몇 번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기준에 들어가는 회사라면 하루아침에 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최근에 알게 된 다른 회사의 대표님은 그런 말을 했다.
'회사는 대표가 감당하는 불안함만큼 성장한다'
내가 멋대로 해석하는 것도 있겠지만 듣고 바로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았다. 그래서 내가 만난 모든 대표들은 수백억, 수천억을 벌어도 옆에서 보면 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불안함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다.
회사 안팎으로 생기는 일중에 가끔 몸서리치게 무서운 일들이 있다. 아마 내 불안의 민감도가 커서 더 그런 것이리라. 그런 일을 생각하다 보면 나와 직원들이 몇 년간 쌓아온 회사의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몸서리처지게 무섭다. 사업이 처음이니까 나로서는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공포다. 하지만 만일 그런 회사에 치명적인 일이 생겨서 매출이든 사업구조이든 중요한 것들이 망가지더라도 나부터 대표로서 가장 먼저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것을 안다.
글을 쓰다 보면 나와 회사에 일어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도 하찮거나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내 상황이 '메타적'으로 보인달까.. 사실 내가 어쩌면 처한 거대한 위기와 위험도 더 긴 내 인생과 인류의 역사, 우주의 탄생과 소멸까지 아울러서 보면 별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실패해서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용기조차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면 나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몸이 건강하다면 말이다. 나는 그럴 것이다. 그런 다짐으로서 나는 그렇게 주기적으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