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먹게 된 '오랑우탄 두개골' 같은 당신의 인생

즐거움과 의미는 각자 닥치는대로 찾아가는 것

by Inhoo Park

살다 보면 크든 작든 엉뚱하고, 이상하고,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고 그에 걸맞은 —혹은 전혀 걸맞지 않은— 의외의 결과가 따라온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오늘 점심엔 밖에 나가 샐러드를 먹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을 나섰는데, 길에서 우연히 전 직장 동료를 만나 새로 생긴 ‘원숭이 요리 프랜차이즈’에 가자고 해서 정신 차려보니 ‘오랑우탄 두개골 요리’를 먹고 있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 날에는 배민으로 ‘침팬지 찜’을 주문하게 된다. 나는 인생이 대체로 이런 식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내가 게임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가끔은 아직도 좀 이상하다. 물론 내가 하고 있는 게 정말 ‘게임 사업’인지, 아니면 ‘사업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는 책, 만화, 음악 같은 엔터테인먼트 중에서도 가장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좋아하던 것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책이었다. 어릴 때부터 책이 주는 감동과 깊이는 내게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경험이었다. 예를 들어 재작년, 싱가포르행 비행기에서 읽은『리콴유 자서전』은 너무 재미있고 강렬해서 몇 년을 살았던 싱가포르를 완전히 다른 도시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내가 게임 사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좋아하게 됐다. 물론 여전히 내가 만들고 있는 게 정말 ‘게임’인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주말 내내 내가 좋아할 만한 게임을 붙잡고 끝까지 플레이해 보며 재미와 감동을 발견했고, 우리 회사가 만들 수 있으면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재미를 알게 됐고, 게임이라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는 재미도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20배 큰 글로벌 시장을 보면서 더 큰 목표도 계속 키워가게 되었다.


그런 것만 이상한 게 아니다. 우리 회사에 있는 남자 직원들은 보통 'RPG 코어'나 'PC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건 전혀 다른 '캐주얼 게임'이고 '모바일' 기반이다. 그런데 현재로서 우리는 '캐주얼'게임 쪽 일을 더 잘한다. 이건 마치 이탈리안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이 쉬는 시간에는 '맥도널드'나 '김밥 천국'의 음식들에 대해서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것과 비슷하다. 반대의 경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스크린샷 2026-01-31 오후 9.18.44.png 흑백 요리사 시즌 1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리는 '편의점'에서 나오긴 했다.


어쨌든, 그토록 좋아하던 책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게임 사업을 하고 있고, 심지어 그걸 나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낯선 선택 앞에 설 때마다 책을 좋아하던 내가 지금 게임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떠올린다. 5년 뒤, 10년 뒤에는 원숭이 요리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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