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가 말하는 우주 문명의 법칙과 등짝 스매싱
2026년 1월, 요즘 세상을 보고 있으면 나와 우리 인류는 마치 90도로 젖혀진 존재 같다. 무슨 말이냐면, 인류는 지금 롤러코스터가 수직으로 가장 높은 지점, 흔히 말하는 ‘특이점’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다. 대지를 기준으로 완전히 눕다시피 젖혀진 상태. 그 끝이 아주 가까워 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의 원작 소설 『삼체』에는 우주 문명의 법칙이 꽤 단순하게 정리되어 있다.
1. 생존은 모든 문명의 제1조건이다.
살아 있지 않다면 논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2.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지만, 우주의 총자원은 유한하다.
일론 머스크가 “지구에 에너지만 무한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데, 이 법칙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다.
이 두 전제에서 몇 가지 법칙이 파생된다.
암흑의 숲 이론
다른 문명은 잠재적 위협이다. 의도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발견되는 순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어딘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 방향으로 총을 쏘는 편이 생존 확률이 높다. 침묵은 예의가 아니라 전략이다.
과학 기술의 법칙
문명이 이루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점진적이지 않다. 어느 임계점을 넘는 순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기존의 질서와 규칙을 전부 갈아엎는다.
지금 우리는 그 폭발 구간을 실제로 보고 있다. LLM 같은 소프트웨어 AI, 옵티머스나 아틀라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들. 아마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싱귤래리티를 보게 될 것 같다.
여기서 내가 하나의 법칙을 더 얹고 싶다.
이름하여 ‘출근의 법칙’이다.
출근의 법칙은 이렇다.
“(산업혁명 이후로) 세상은 미친 듯이 빠르게 변하지만,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속도는 그것보다 빠르다.”
내가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한 시간 동안 세상이 갑자기 뒤집히지는 않는다. 출근했더니 회사 문 앞에서 AGI가 탑재된 아틀라스가 “오늘부터 네 일은 내가 한다. 출근하지 마.” 이러고 서 있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비슷한 예로 ‘남편의 법칙’도 있다. 추운 겨울이나 굳은 날씨에 와이프나 여자친구가 “밖에 나가서 쓰레기 좀 버리고 와”라고 했을 때 그 순간은 남자의 야수성과 기사도를 발휘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현대 문명이 주는 선물같은 순간이다. 그런 순간에 “곧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2천만 원쯤에 나오지 않을까?” 라고 말해봐야 돌아오는 건 등짝 스매싱이다.
물론 언젠가는 등짝 스매싱을 대신해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올 수도 있다. 등짝 스매싱을 대신 맞아주는 로봇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얼마전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등짝 스매싱을 와이프 대신에 때려주는 로봇이 만들어졌고 중국 저장성에서는 남편 대신에 등짝 스매싱을 대신 맞아주는 로봇 스타트업이 창업되었다면 물론 거짓말이다.
확실한 건, 여자친구의 등짝 스매싱이 그 로봇이 시중에 나와서 팔리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결론은 이거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날아와 이제야 도달한 별빛을 보며 우주 문명의 종말을 논의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싱크대의 수채구멍을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봐야 하는 존재다.
특이점은 오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