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AI제국, 권력, 자본, 노동
오픈AI를 깊게 파고든 탐사보도 성격의 책이라고 해서 바로 샀고, 지금 절반 정도 읽었다. 책에서는 의외로 ‘제3세계 노동 착취’를 꽤 비중 있게 다룬다. 읽기 전에는 솔직히 좀 김빠지는 얘기일 거라 생각했다. 이런 류의 비판은 늘 비슷하다. 기업이나 자본주의를 욕하기는 쉽지만, 막상 대안은 없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면 그 ‘제3세계’ 입장에서는 그런 일자리라도 있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파트를 읽으면서 의외로 내가 궁금해하던 게 풀렸다.
‘도대체 Scale AI나 Surge AI 같은 데이터 라벨링 회사들은 뭘 하고,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메타가 Scale AI를 인수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내가 주목한 건 ‘최연소 부자’ 타이틀을 가져간 알렉산더 왕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Cool Asian’이었다. 서구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동양인, 특히 동북아시아인이 갖는 이미지가 더 극단적으로 구현된 느낌. 근면한 가정, 높은 지능, 좋은 교육, 그리고 어린 나이에 큰 성공. 그걸 보면서 미국 백인들이 느낄 묘한 감정에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그렇지, 트럼프가 괜히 나온 게 아니지.
10년 전 다니던 미국 회사에서 본사 출장을 몇 번 갔었다. 샌프란시스코와 LA 사무실에서 동양계 직원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뭐야, 이 바닥에선 아시안이 주류인데?”
다시 돌아와서, Scale AI는 뭐 하는 회사냐.
결론은 단순하다. 데이터 노가다를 조직화한 회사다.
지금의 AI를 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도 쓰이지만, 동시에 제3세계에서 수십만, 수백만 명이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고 있다. AI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히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아래에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깔려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데이터를 분류하고, 태깅하고, 검수하고 있다.
이런 르포형 책이 늘 그렇듯, 작가는 결국 질문을 던진다.
“샘 알트먼 같은 CEO는 AI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기 사무실이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주거 문제나 마약 문제에 대해선 질문을 받으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아마 답은 그것일 것이다.
“비트의 세계 문제를 풀기가 원자의 세계 문제보다 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