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vs 100 단체팅의 교훈
20대때 남여 합쳐서 100~200명 정도가 하는 단체 소개팅에 나간적이 있다. 친구가 원래 다른 친구랑 가기로 했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일정을 취소해서 어쩌다 보니 내가 나가기로 했다. 나는 대학생때 이성을 만나는 미팅이나 소개팅이나 그런걸 한적이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생애 첫 이성을 만나는 소개팅을 100명 이상의 사람과 단체팅을 한 것이다. 잘 기억은 나지 않았는데 최소 남자, 여자가 각 50명이었던거 같다. 무슨 이벤트 회사에서 아마도 참가자들한테 참가비를 받고 하는 행사였던거 같은데 행사 진행이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단체팅의 구성은 크게 2시간동안 참가자들이 짧게짧게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에 맘에 드는 이성끼리 밖으로 나가는 전형적인 '감옥 탈출형' 단체팅이었다. 근데 이게 제대로 될리가 없는게 50명의 모든 이성과 5분씩만 얘기를 나눠도 4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리고 중간에 이상한 게임같은게 있어서 사실상 2시간의 시간동안 모든 이성과 한마디도 나눌수 없는 구조다.
아무튼 2시간의 난장판같은 이성끼리의 각자 대화가 끝나고 이제 남자들이 맘에 드는 이성을 호명하고 여성이 Ok를 하면 커플이 되서 '탈옥'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1번으로 나서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맘에 들던 이성분의 번호를 호명했고 상대가 Ok를 해서 1번으로 커플이 되서 탈옥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 얻은 교훈이 있다.
1.나를 돋보여야 하는 자리에서는 무조건 튀는게 좋다.
당시 나는 '콘드레드'인지 뭔지 하는 조금 튀는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머리 스타일 때문에 사회자거 몇번 나를 놀리면서 지적했고 나는 모두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았다. 어쨋든 'Impression'을 남겼다. 외모가 특별히 잘나지 않은 대부분의 (미혼)남성이라면 여성들이 많은 곳에서 눈에 띄려면 머리스타일이나 옷차림은 특이하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2.적극적이어야 할 순간에 사람들은 대부분 적극적이지 않다.
내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단체팅에 나가기전에 나는 거기에 온 남자들이 테스테로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전쟁터일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이성 앞에서 말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 이제 남성분들이 나와서 맘에 드는 이성분을 호명할 순간입니다! 나와 주세요!' 라고 사회자가 말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 일을 계기로 '경쟁의 반은 허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까지 하면 시시하고 유치한 수컷의 무용담일수 있지만 반전은 또 있다. 사회자와 다른 참가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나는 커플이 된 여성분과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같이 반쯤 나가는 중에 여성분이 나보고 먼저 밖에서 나가서 기다려 달라고 했고 난 그러겠다고 했다. 한참을 지나서도 여성분은 나오지 않았고 단체팅은 완전 끝나서 커플이 안된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커플이 안된 내 친구도 나와서 나에게 축하를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와 커플이 된 여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고 많은 사람들 틈에서 여성분이 나에게 와서 미안하다고 사실은 다르 남자분과 먼저 커플이 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정황은 모르지만 아마 여성분에게 나는 Plan B같은 존재였고 먼저 얘기를 나누고 서로 맘에 들었던 다른 남자를 택한 것이다. 나는 여성분에게 괜찮다고 하고 어찌어찌 같이 왔던 친구와 눈물의 감자탕을 먹고 헤어졌던 것 같다ㅋㅋ
여기서 세번째 교훈은..
3.그래도 안되는건 안된다. 혹은 '원빈으로 태어나야 한다'ㅎㅎ